[뮤지컬 들여다보기] 내 맘대로 베스트10 - (5)영웅

입력 2010-10-14 14:19:36

간결한 스토리 라인'입체적 인물 설정의 대형 창작물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으로 부활한 도마 안중근. 작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의 제작사인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가 3년여를 준비한 작품이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에 자칫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목적극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뮤지컬 은 간결한 스토리 라인에 입체적인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 그리고 다양한 변환이 돋보이는 무대로 목적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한 편의 완성도 높은 대형 창작뮤지컬로 탄생했다. 5년 전부터 구상해왔고 제작기간만 3년을 준비한 공연답게 연출과 스태프들이 고심한 흔적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등의 실존인물들이 정해진 결말을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가는 한편으로 설희와 링링이라는 매력적인 가상인물이 가세하여 딱딱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면서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설희의 경우 명성황후의 시해를 목격한 마지막 궁녀라는 설정과 함께 이토를 유혹하는 여인으로 극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설희의 역할 설정은 뮤지컬 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한 윤 대표의 의도가 숨어있다. 그리고 안중근의 동료인 우덕순, 조도선 그리고 중국인 동료인 왕웨이 등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여 긴박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던져 주며 극의 흐름에서 윤활유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때론 긴박하게 때론 애절하게, 때론 무게감을 가진 음악이 결합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마지막 곡인 '장부가'의 장엄한 선율은 의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연상케 한다.

은 역대 창작뮤지컬 가운데 최고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1막 시작과 함께 '단지(斷指) 동맹'의 배경이 되는 자작나무 숲이 시선을 끌더니 장면 전환 때마다 무대 구조물들과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움직이며 때론 영상 및 조명과 결합하여 기존 뮤지컬과는 달리 마치 영화 같은 장면들을 연출해 낸다. 독립군을 쫓는 일본 경찰의 추격전과 총격전에서 유리가 깨지는 장면 등에 사용된 영상과 집단군무 등 박진감 넘치는 장면 연출이 압권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의 백미는 역시 기차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기차의 내부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면서 매서운 눈바람을 뚫고 달리는 기차 장면, 특히 기차에서 투신하기 전에 설희가 기차 난간에 매달려 노래 부르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얼빈 역사로 들어오는 기차와 깔끔하게 처리된 이토 저격 장면도 좋았다.

은 태생적으로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목적극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런 장면들이 곳곳에 있지만 분명 단순한 목적극의 한계를 뛰어넘어 뮤지컬로서의 완성도도 인정받고 있다. 2010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수상했고 이달 18일에 있을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역대 최다인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에 이어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만들어졌고 역사적인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 공연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중근 의사는 100년이 지난 지금 뮤지컬 을 통해 인간적인 우리들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런데 유골이 되어서라도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했던 의사의 마지막 유언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현실이다. 뮤지컬 을 보면서 열혈청년 안중근, 영웅 안중근을 가슴 한쪽에 고이 묻어두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도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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