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단계 내달 개통…동대구-부산구간 시승기
경부고속철도 2단계 대구~부산 구간이 다음달 1일 완전 개통된다.
대구와 경주, 울산은 이제 20여 분대 거리로, 동대구에서 부산까지는 이동시간이 40여 분대로 단축된다. 영남권 전체가 이제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여진 셈이다. 경부고속도로와 KTX 1단계 개통에서 볼 수 있듯 짧아진 통행 시간은 주민생활과 지역 경제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일부터 영업 시운전에 들어간 2단계 KTX 대구~부산 구간 열차에 올라 가까워진 경주와 울산, 부산을 다녀왔다.
◆2단계 KTX 대구~부산 구간 시승기
12일 오후 2시 20분 동대구역 12번 플랫폼. 전광판에 '경주, 포항, 울산 방면 환승은 2, 3번 홈'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이 문구는 다음달 1일 2단계 KTX 대구~부산 구간 완전개통과 함께 사라진다. 신경주와 울산역까지 환승 없이 KTX로 이용할 수 있는 것.
잠시 후 플랫폼으로 KTXⅡ 7921호 열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와 함께 시승에 참여한 250여 명의 철도 홍보 시민과 경일대 철도학부 학생들은 흥분한 모습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출발시간보다 20분 늦은 오후 2시 47분 열차가 움직였다. 승객이 모두 탑승하자 기관사가 열차의 문을 닫고 조종실에서 속도조절 레버를 서서히 위로 올렸다. '끼이익' 마찰음을 내며 열차가 미끄러지듯 플랫폼을 벗어났다. 기관사는 동대구역에서 15㎞ 지점까지 서서히 운행하다 고속구간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속도를 올렸다. 3분 만에 시속 200㎞를 넘어서더니 출발한 지 10분도 안 돼 시속 300㎞를 돌파했다. 고속 주행임에도 객실 내부는 별 흔들림 없이 편안했다. 서울~대구 구간의 궤도가 자갈 위에 레일을 깐 것과 달리 대구~부산 구간은 콘크리트 위에 레일을 올린 '콘크리트 궤도'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궤도는 진동이 적어 승차감이 좋은 데다 유지·보수에 손이 덜 가는 장점이 있다.
부산에서 대구로 매일 통학하는 최재훈(21) 씨는 "기존선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며 "부산까지 시속 300㎞로 간다기에 확인하려고 내비게이션을 갖고 왔다"며 화면의 속도를 가리켰다.
동대구역을 떠난 지 정확히 17분 만에 신경주역에 열차가 도착했다. 다음달 개통을 앞둔 신경주역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몇몇 승객은 잠시 열차에서 내려 아직 미완성인 신경주역을 카메라에 담았다. 3분의 짧은 정차 뒤 울산역을 그냥 지나친 열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금정터널(20.3㎞)을 지나 오후 3시 34분 종착역인 부산에 도착했다. 동대구에서 울산까지는 25분, 부산까지는 4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존선보다 열차내 진동은 거의 없었지만 터널 안에서는 객실안 소음이 생각보다 컸다. 무엇보다 터널을 통과한 지 5초도 되지 않아 또 다른 터널이 등장해 풍경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얼마 없었다. 대구~부산(130.8㎞) 구간에 터널은 38개로 총 74㎞나 된다.
◆2단계 KTX 개통의 명암
경부고속철도 2단계 노선이 개통되면 현재 서울~부산 KTX 운행시간이 2시간 40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대구~부산 구간은 1시간 5분에서 46분으로 각각 22분, 19분 단축된다.
대구와 부산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근접 생활권에 접어드는 것. 특히 경주, 김천(구미), 울산 등 새로운 KTX역이 생기면서 수도권과 고속철 주변 지방도시 생활권이 더욱 밀접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으로 고속철도 하루 이용객이 10만6천 명에서 13만9천 명으로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항시도 KTX 2단계 개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5시간 걸리던 것이 2단계 완전 개통에 따라 신경주역 정차 후 환승하면 2시간 30분대까지 단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KTX 2단계 개통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KTX의 수송 능력 향상으로 지역 공항의 승객 감소와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지역민이 빠져나가는 '빨대효과'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
실제 11일 한국교통연구원 용역 결과에 따르면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으로 울산, 포항, 부산 등의 항공 여객 감소가 각각 60.7%, 43.6%, 22.8%로 예측됐다. 앞서 1단계 KTX 서울~대구 구간 개통으로 포항공항 이용객도 2003년 64만5천 명(포항~김포 기준)에서 2007년 29만8천 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대구공항 국내선 이용객 역시 2003년 210만4천 명에서 이듬해 133만8천 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KTX 개통 5년 대구 서비스산업 변화' 보고서는 타지인들이 쇼핑을 위해 부산을 찾은 '유통 이용빈도'가 8.9%로 대구(5.0%)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대구경북 구매력이 서울에 이어 부산으로까지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를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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