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가격 올려 받기…제약사 고의 납품거부 의혹

입력 2010-10-14 10:31:44

경북도 대다수 보건소 1차 입찰에 지원 회사 없어

만 65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13일부터 대구지역 8개 구·군 보건소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한 어르신이 수성구보건소에서 예방주사를 맞고 아픈 표정을 짓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만 65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13일부터 대구지역 8개 구·군 보건소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한 어르신이 수성구보건소에서 예방주사를 맞고 아픈 표정을 짓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제약회사들의 독감백신 공급이 늦어지고 있어 이달 중순부터 유료 접종을 계획하고 있는 경북지역 보건소들이 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백신 공급 제약회사들이 공급 단가를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찰을 거부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납품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수량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백신 공급을 미루고 있어 때아닌 백신 품귀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3일 구미보건소 경우 지난 5∼11일 인플루엔자(독감) 3가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 제1차 입찰공고를 발표했지만 제약회사들이 한 곳도 지원을 하지 않아 12∼14일까지 제2차 입찰공고를 냈다.

구미보건소는 4천9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독감 백신 6천500 도스(1도스당 7천538원)를 구입해 오는 26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유료 접종을 하려고 했다. 구미보건소는 올해 모두 2만5천 도스를 구입해 접종을 할 계획이다.

구미보건소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가격을 문제 삼아 입찰공고에 참여를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2차 입찰에서도 유찰이 되면 유료 접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경보건소 역시 지난 6∼11일 경북도내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독감 백신 6천 도스(예산 4천434만원, 1도스당 7천390원)를 구매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지만 유찰돼, 12일부터 15일까지 재입찰 공고를 냈다.

문경보건소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올해 전국 예상 물량인 1천500만 도스보다 10% 많은 총 1천650만 도스의 백신 물량을 생산해 놓고 있는데도 입찰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제약회사들과 도매상들이 접종 차질이 생기면 보건소의 입찰 단가가 올라간다는 것을 악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주보건소는 지난 4일 P사와 4천 도스(예산 2천800만원)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12일까지 납품을 받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백신을 공급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보건소에서 7천500원에 접종 받을 수 있는 유료 접종 대상자들이 병·의원에서 3∼4배 비싼 값으로 접종해야 할 형편이다.

반면 제약사들은 백신원료 수입 및 원부재가격, 환율 상승과 매년 수십만 도스에 이르는 예비물량을 유효기간 경과로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는 예상 손실 등을 이유로 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료 접종 대상자도 조달청 계약으로 공급을 결정했다"며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에서 올해 갑자기 무료 접종 대상자만 조달청 계약을 하도록 해 놓아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13일부터 만성 질환자와 65세 노인 등을 상대로 예방접종에 들어간 대구시의 경우 사전에 접종 대상자 12만4천 명분을 확보해 놓아 백신 공급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 김영애 대구시 보건과장은 "13일 하루 전체의 24%까지 예방 접종을 끝냈다"며 "제약회사의 공급이 달리기 전에 접종분을 미리 확보했다"고 밝혔다.

성주·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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