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서옥순전시회…그릇을 소재로 자수기법 표현
작가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감성을 드러내는 소재와 기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현대 미술에 있어 재료와 소재의 독창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작가 서옥순이 찾은 소재는 '그릇'이고 기법은 자수이다. 그릇과 실타래의 이미지로 삶을 표현한다. 독일 유학 시절,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끝에 발견한 것이 바느질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기억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바느질로 연필 대신 드로잉을 하기 시작했다.
갤러리 전에서 28일까지 열리는 서옥순의 전시회에는 캔버스를 빠져나온 실타래를 발견할 수 있다. 평면과 설치의 경계에서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는 것.
그는 유독 그릇 그림을 그린다. "어느 날 그릇의 더러움이 씻겨 나가는 모습이 순간 저의 모습과 닮아 있었어요. 삶의 무게를 털어버리고 속을 비워내고 싶은 마음에서였을까요."
그의 텅 빈 그릇 그림은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느낌이다. 가득 찬 그릇은 없다. 내용물이 어느 정도 찼다 싶으면 어김없이 밖으로 흘러 내린다. 무엇이든 과한 것을 경계하는 작가만의 중용이다. 이처럼 그릇이 가지는 다양한 철학적 상념은 관람객을 명상의 세계로 안내하며 채움과 비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번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검은색 테이프로 벽면 가득 그릇을 형상화했다. 또 다른 작품에선 흰 그릇 속에 꽃이 피어난다. 검은 실로 표현된 내용물은 화면 밖으로 흘러넘친다. 실타래는 그림 밖으로 흘러내리며 엉키고 꼬이면서 삶을 은유한다. 흰색 캔버스에 검은 실은 먹과 같은 동양적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현실이 힘들고 복잡할수록 작품 속 그릇은 텅 비게 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30여 점이 전시된다. 054)373-2134.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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