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입력 2010-10-12 08:04:57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자 생활 17년차.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떤지, 정말 수많은 기사를 작성해 왔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 상당수의 결론은 우울했다.

대구시나 경북도가 추진해온 역점 사업은 항상 원점을 맴돌아 왔고 지역의 위상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는 시계 추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추락해 왔다.

기업이 사라지면서 젊은이가 떠나가고, 경제력은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희망'이란 단어도 쉽게 거론하기 힘들게 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며칠 전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 전해져 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교별 취업률 발표에서 지역 소재 전문대들이 전국 최상위권의 성적을 나타낸 것.

졸업생 2천명 이상 대학에서 영남이공대가 2위(67.5%), 영진전문대(64.6%)가 4위를 기록했고 1천명 이상 대학에서는 구미 1대학이 1위(85.7%), 안동과학대(68.8%)와 경북전문대(64.8%)가 3위와 7위를 차지했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교육과 의료의 도시였다. 일제 시대 서울, 평양과 함께 의대가 설립된 곳이 대구다. 또 타 지역보다 앞서 대학들이 터를 잡았고 한동안 한강 이남 최고의 명문대로 자리매김을 해 왔다.

하지만 수도권이 지방의 경제력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변해가고, 대구경북의 경제력이 자생력을 잃어가면서 지역 대학들의 위상도 함께 떨어져 왔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지역 전문대'의 취업률은 한국 '여자 축구'의 기적에 못지 않다. 사회적 편견과 선수 부족이란 한계를 딛고 세계를 재패했 듯 '지방'과 '전문대'란 한계를 동시에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취업은 지상 과제고 취업률이 곧 대학의 위상으로 이어지는 현실. 그리고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대의 설립 취지를 고려한다면 지역 전문대는 대구경북의 경쟁력 중 하나로 주저없이 손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쟁력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수험생이 예년보다 많지만 올해 대구경북 지역 대학 정원은 지역내 수험생 수보다 2만여 명이 많다. 즉 대학 신입생 미달이 이미 현실화된 것이다. 대학 서열화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전문대는 '수험생 모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역 전문대 경쟁력은 이같은 '위기'에서 출발한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정원 미달 사태를 겪었던 지역 전문대들은 '주문식 교육', '졸업생 사후 관리', '인턴십 제도' 등을 잇따라 도입하며 타 지역보다 앞서 교육 경쟁력을 높여왔다.

또 2, 3개의 전문대들이 특화된 교육으로 졸업생 취업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타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벤치 마킹에 나서며 동반 상승 효과를 불러 왔다. 지역 몇몇 전문대의 수준은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기업체의 선호도도 상당히 높다. 지방의 한계, 그리고 전문대란 약점을 극복한 지역 전문대에게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재협(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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