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의료원 미국 WIRB 방문'토론기

입력 2010-10-11 08:15:02

첨단의료단지 대구, 통합의료 허브 모색 '성과'

OHRP=미국 내 IRB 등록기관인 OHRP의 멜로디 린(오른쪽) 부국장이 IRB 평가의 중요성 및 등록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OHRP=미국 내 IRB 등록기관인 OHRP의 멜로디 린(오른쪽) 부국장이 IRB 평가의 중요성 및 등록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완대체의학센터=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보완대체의학센터에선 허브와 침술, 요가, 명상 등 대체의학 연구에 대한 막대한 금액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보완대체의학센터=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보완대체의학센터에선 허브와 침술, 요가, 명상 등 대체의학 연구에 대한 막대한 금액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생명의학연구윤리심의기관(IRB)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모든 연구와 실험은 IRB를 통과해야 시작할 수 있고, 연구 과정과 결과에 대한 통제도 받는다. 어떤 IRB를 통과했느냐에 따라 연구에 대한 신뢰도 달라진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이 미국 내 대표적인 생명의학연구윤리심의기관인 WIRB와 양해각서를 체결(본지 4일자 5면 보도)한 뒤 미국 내 IRB 관련 인증 및 감독기관과의 만남을 통해 대구지역 IRB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조지타운대 룸바르디 암센터 등을 방문해 이들 기관과 지역 통합의료를 연계해 발전시킬 수 있는 공통 연구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뿐 아니라 대구와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통합의료를 미국에 알린 매우 유익한 자리였다"며 "향후 통합의료 분야의 연구 협력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IRB 관련 기관과의 면담 이어져=워싱턴DC에 위치한 AAHRPP(이하 에이합)은 IRB에 대한 인증(Accreditation)을 해주는 민간기관. 에이합 대외협력국장인 데이비드 워드 씨는 "임상연구가 이뤄지는 모든 병원 및 대학, 연구소에는 IRB가 구성돼 있지만 국제적 표준에 맞춰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는지의 여부를 알 수가 없다"며 "이를 위해 2001년 설립된 것이 에이합이고, 지금까지 주로 미국 내 IRB에 대한 인증이 이뤄졌다"고 했다.

미국 외 인증을 받은 기관은 3, 4곳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미국 외의 지역에서 IRB 인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신약, 의료기기 등)이 개발돼 미국 FDA 인증을 받고 시판되려면 우선 임상시험부터 거쳐야 한다. 모든 다국적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들이 어느 기관에 의뢰해 임상연구를 진행할지를 결정할 때 에이합 인증을 받은 IRB가 있는 연구기관부터 찾는다.

미국 내 IRB에 대한 평가는 보건성 산하 임상연구안전국(OHRP)에서도 이뤄진다. 미국 내 모든 IRB는 반드시 이곳에 등록해야 하며, 아울러 임상연구협의체(FWA)에 가입해야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OHRP 부국장인 멜로디 린 박사는 "아무리 능력 있는 연구기관이라도 그곳의 IRB가 OHRP 및 FWA 등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국가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 IRB에 대한 실사도 한다.

실제로 2001년 OHRP는 존스홉킨스 병원 IRB의 문제점을 찾아내 모든 임상연구에 대한 연구비 집행 보류 결정을 내려 미국 사회를 놀라게 했다. 존스홉킨스는 2002년까지 전체 2천600개의 임상연구 계획서에 대한 재심사 결과를 OHRP에 제출한 뒤에야 국가 연구비를 다시 받았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 관계자는 "앞으로 대구에서 이뤄질 통합의료 연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연구계획서(프로토콜)를 심의하는 IRB도 에이합 인증과 OHRP 등록이 필요하다"며 "대구가 통합의료의 허브가 되기 위한 전 단계"라고 말했다.

◆보완대체의학 연구에서 협력 기대=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임상센터 책임자인 존 갈린 박사와의 면담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가 집필한 'Principle and practice of clinical research'(임상연구 원리 및 실행)는 임상연구자 누구나 한 권씩 갖고 있을 만큼 유명한 책이다. 갈린 박사가 직접 한 시간에 걸쳐 임상센터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이곳에선 신약, 의료기기, 줄기세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자궁경부암 백신 등 신약 개발로 거둬들이는 특허료만 매년 1천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갈린 박사는 "모든 진료비는 무료이고, 246개 병상에 의사 1천600여 명이 집중 배치돼 있다"며 "소아 환자의 경우, 3일 이상 치료가 이뤄질 때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전담 교사도 두고 있다"고 했다.

NIH 산하 보완대체의학센터(NCCAM)는 미국 내 보완대체의학 관련, 중점 연구과제에 대한 국가 연구비를 제공하는 곳. 일 년 예산만 무려 1조4천억원을 웃돈다. 다만 아직 치료적인 통합의학보다는 통증 및 긴장 완화 등 보완대체의학에 주력하고 있다.

조지타운대는 대구가톨릭대의료원과 3년 전부터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곳. 특히 대학 산하 룸바르디 암센터가 추구하는 최근 경향은 통합의학적인 관점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맞춤형 의학.

룸바르디 암센터장인 루이스 위너 박사는 "암 환자 자료를 구축해 치료가 됐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라며 "보완대체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및 통합의료센터와의 긴밀한 협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관계자들도 "한국 대표단이 미국 내 IRB 및 임상연구와 관련된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고, 관련된 내용을 집중 토의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통합의료와 관련해 공동 연구와 상호 투자 등 긴밀한 협력이 기대된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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