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쁜 글자" 한글, 세계속으로 파고 들다

입력 2010-10-09 09:19:20

오늘은 564돌 한글날…

(사진 위) \\
(사진 위) \\"한글초보, 천천히 말해주세요.\\"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는 한글 티셔츠 판매 사이트에서 외국인 모델이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바보셔츠(http://www.baboshirts.com)\\' 제공 (사진 아래)대구 동구의 K.D.C. 깜패션의 디자이너 이상순씨가 한글(훈민정음)로 디자인한 옷을 직원이 선보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한글이 세계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금까지 문자가 디자인된 의류의 경우 '영어 디자인'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한글 디자인 열풍이 일고 있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도 한글을 활용해 옷을 만들거나 외국인들이 아름다운 글꼴에 반해 한글 티셔츠를 직접 제작·판매하기도 한다. 의류뿐 아니라 도자기와 보석 등 다양한 분야에도 한글 디자인의 가능성은 활짝 꽃피고 있다.

◆외국인들, '한글 뷰티풀(beautiful)!'

지난 2005년 네티즌 사이에서 미국의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드레스는 웃음거리가 됐다. '호남 향우회'라고 적힌 유명 브랜드의 초록색 미니 드레스를 입고 당당하게 포즈를 취했기 때문. 이는 일부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한글이 그 의미보다 하나의 디자인으로서 더 인정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글이 들어간 옷은 전문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반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뉴욕에서 온 존 할브레이츠(28) 씨도 한글 티셔츠 마니아다.

할브레이츠 씨는 "한국인들이 영어 욕설이 적힌 티셔츠를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입는 것처럼 나도 한글을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며 "한글은 참 예쁜 글자"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외국인들을 겨냥한 재밌는 한글 티셔츠를 많이 만들고 있다. '수컷' '암컷'은 기본, '외국인' '한글초보(천천히 말해 주세요)'등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외국인이 한글 티셔츠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한글 티셔츠 판매 사이트를 개설한 미국인 켄 타이저 씨는 "한국인들은 영어가 적힌 티셔츠는 많이 입으면서 정작 자신들의 언어가 들어간 옷은 잘 입지 않더라"며 "이제는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한글 티셔츠를 많이 사간다"고 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티셔츠는 페이스북(facebook) 광고를 통해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 그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 홍보대사인 셈이다.

◆도자기와 목걸이에 스며든 한글

한글 디자인은 의류뿐 아니라 도자기와 목걸이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행남자기가 판매하는 그릇에는 한글이 새겨져 있다. 행남자기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훈민정음 디자인을 반영한 식기, 이철수 판화가의 독특한 한글서체를 넣은 도자기 세트를 판매한다. 행남자기 홍보팀 관계자는 "한글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문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도자기에 넣으면 아름다움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이나 외국인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한글을 형상화한 보석도 등장했다. 보석 브랜드인 '뮈샤'는 한글 문양을 사용한 보석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뮈샤의 대표 김정주 디자이너는 한글을 형상화한 미스코리아 왕관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반지와 귀걸이, 목걸이 등에도 한글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글 디자인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형적인 한글의 매력이 디자인적 요소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글문화산업디자인연구소 백승정 소장은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음이 모자 모양의 'ㅎ'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조형적인 한글은 디자인으로 쓰기 참 좋은 문자"라며 "한글 디자인이 상품에서 벗어나 길과 도로 모양같은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됐을 때 진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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