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이 불안한 이유…조세회피지역 外資 단기 유입

입력 2010-10-09 07:03:07

한국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1,900선을 돌파한 뒤 다소 숨을 고르고 있지만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 같은 강세장의 배경에는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국인 자본이 버티고 있다. 폭발적인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고 기업 실적이 둔화되고 있는데도 주가는 오르는 기현상마저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단기성 외국자금이 판을 치는 '유동성 장세'는 거품이 꺼질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 중 상당수는 룩셈부르크나 네덜란드 등 조세회피지역에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9월 국가별 주식 순매수 동향에 따르면 룩셈부르크는 5천544억원, 네덜란드 5천25억원을 매수했다. 케이만아일랜드도 올 들어 3천199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은 모두 조세 회피지역이다. 조세회피지역의 자금은 환차익이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들의 투자 성향은 연속 순매수 기간이 보통 1개월에서 2,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오는 자금도 2008년 경기 부양책으로 풀었던 돈이 상품과 주식으로 들어와 일시적으로 거품을 일으켰다가 급락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넘치는 돈은 석유 및 원자재 투기 수요를 부추겨 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리고, 원화 강세는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또 급격한 자금 유입으로 생긴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 신흥국 경제와 일반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위기 사태가 다시 발생하고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재현되면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은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투기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규제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투기성 해외자금에 대해 금융거래세를 부과한 브라질은 이달 4일 금융거래세율을 2%에서 4%로 올렸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동성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과 유동성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에 돌입하지 않으면 더 나은 투자처인 신흥시장을 떠도는 돈들이 회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을 수 있도록 국제 수준의 규제를 도입하고 외환 건전성 감독·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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