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경제 지표로는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수출 호황으로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고 무역수지 흑자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외환 보유액도 빠르게 회복됐고 넘치는 외국인 자금 덕에 코스피지수는 1,900선을 넘어섰다. 각종 경제 지표에 나타나는 한국의 경제 상황은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줄 만하다. 그러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달라진 게 없다.
급증한 가계 부채는 위험 수위에 이르렀고 청년실업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몰린 퇴직자들은 아예 재취업을 포기했다. 게다가 최근 이상 기온으로 급등한 시장 물가는 서민들의 살림을 더욱 쪼들리게 한다. 정부의 발표는 장밋빛인데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갈수록 앞이 보이지 않는다. 시중의 돈이 넘쳐난다며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말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말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의 엄청난 괴리의 원인으로는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이 꼽힌다. 고용이 늘어나지 않으니 가계의 소비는 기대하기 어렵고 내수 시장의 위축은 악순환을 부른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저마다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지만 실제 경제활동인구는 늘어나기는커녕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긴축 정책도 체감 경기 한파에 한몫을 한다. 기업들도 재투자를 외면한다. 수출 호황으로 번 돈이 기업주와 회사의 금고에 쌓일 뿐 흘러가지 않는다.
지역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역에 희망을 불러왔던 국가과학산업단지, 의료복합단지 등 굵직한 현안들은 별 진척이 없다. 서민 경제와 밀접한 건설 경기의 부진은 대구경북의 활로를 보이지 않게 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역 경제를 짓누른다.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섬유 기계 IT등 지역 대표 산업의 제조업 현장은 활기가 넘치지만 투자 위축 탓에 가계 살림살이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서민들의 체감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 정책과 기업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땜질식 일자리 창출 사업도 안정적인 일자리 만들기로 전환해야 한다. 고용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늘리되 대기업도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서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 사업의 투자를 계속, 돈이 흐르게 길을 틔워야 한다.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 성장은 국가적으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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