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 유통업체, 지역기여도 논의에 성실히 임하라

입력 2010-10-08 10:45:38

대구시에 진출한 대형 유통업체의 지역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민관 협의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7일 대구시청에서 대구시, 지역 상인연합회 및 슈퍼연합회, 대기업 유통업체,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제1차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열렸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날 대구시는 영업순이익의 10% 지역 환원, 매출액의 30% 이상 지역 생산품 매입, 현금 판매 매출액 지역금융기관 15일 이상 예치 등의 지역 기여도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영업이익 10%의 지역 환원은 많은 금액"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구 진출 이후 엄청난 수익을 거둬가면서도 지역에 대한 기여는 뒷전이었다. 이런 사실에 비춰 협의회 첫날부터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은 대구 시민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이드라인에 대해 성심껏 고민하고 검토하겠다는 자세부터 먼저 보였어야 한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자신이 결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도 했는데 그러면 무엇 하러 회의에는 참석했는가. 결정권자가 협의회에 나오지 않은 것부터가 지역 기여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의 무관심을 말해준다.

대구시의 고질적인 뒷북치기도 다시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날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입점 허가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따냈어야 할 사안이다. 이미 지역 내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마당에 대형 유통업체가 이런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대구시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인제 와서 지역 기여도 향상을 위해 협의회를 여는 것은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제스처일 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앞을 내다보는 대구시 행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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