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장 도시들은 환경은 다르지만 동일한 특징을 갖고 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와 변화하는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이다. 철강 도시에서 의료, 생명공학 산업을 기반으로 재도약에 성공한 피츠버그와 오일머니에 의존하다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오스틴과 휴스턴, 교육을 앞세워 미국인이 가장 살고자 하는 도시로 성장한 어바인이 이러하다.
피츠버그는 철강산업이 붕괴된 뒤 민·관·학이 모여 협력 기구를 만들어 신산업 유치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했고 올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며 '도시의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미국 전통 산업을 주도했던 오대호 연안의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는 사람이 떠난 '유령의 도시'란 오명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 산업을 대체한 미래 산업을 찾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다.
미국에서 가장 무더운 텍사스 주의 오스틴과 휴스턴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석유가 전체 산업 구조의 80~90%를 차지하는 오일머니 의존 도시에서 반도체와 우주공학, 의료 산업 비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산업 다각화에 성공한 배경이 미래에 대한 준비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실리콘밸리가 첨단 업종이 일찍 발전한 보스턴 주변 지역을 앞서는 이유로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을 꼽고 있다.
준비된 계획 도시인 어바인은 '교육'과 '친환경'을 내세워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공원화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간판이나 철탑 하나를 세울 때도 주변 환경을 고려하고 교육에 유해한 술집이나 비디오 대여점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재미교포 1세인 강석희 어바인 시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으며 굳이 인센티브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좋은 기업들이 찾아오게 된다"며 "도시 환경 유지에 시와 주민이 노력을 쏟아붓고 있어 어바인의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 성장 도시의 동력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학이다.
'잘나가는 도시'에는 대부분 '우수 대학'이 있다. 역으로 보면 '좋은 대학'이 있는 도시는 '성장'의 강한 모티브를 갖고 있는 셈이다.
오스틴은 텍사스 대학이, 피츠버그는 피츠버그 대학. 실리콘 밸리는 스탠퍼드 대학이 있다.
첨단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수 연구 인력이 있는 연구소가 필요하며 첨단 지식의 대부분은 대학을 기반으로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학을 단순한 교육이나 취업 기관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대구나 한국 지방 도시들로서는 진지하게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미래컨설팅 회사 WEB사의 사장 에디 와이너는 그의 저서 '퓨처 싱크'를 통해 조직을 세 가지 타입으로 정리했다.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A타입과 자산과 노동력에 의존하는 B타입, 그리고 남들이 내놓은 길을 따라가는 모방자형의 C타입이다. 와이너는 B와 C타입은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적극성을 가지지 못하는 조직으로서 미래에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A타입은 개척정신과 융통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성공하는 조직으로 전망한다. 도시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성공하는 도시의 첫 번째 필수조건은 미래에 대한 준비다.
쉘의 전직 CEO로 휴스턴 상공회의소 회장인 모쉘리는 "현재의 첨단 업종도 오래 지나지 않아 '전통 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준비가 필요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 사고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병선·이재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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