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탈환 의지 표심으로…주류-비주류 통합·야권 연대 등 과제로
민주당이 비호남이면서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상임고문을 선택한 이유는 유력 야권 대선주자를 대표로 내세워 2012년 대선에서 정권탈환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해야 한다는 밑바닥 당심의 발로란 해석이다. 손 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잃어버린 600만 표를 찾아오겠다"며 2012년 대선 승리를 바라는 당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이 같은 메시지는 그대로 당심에 적중했다.
◆대권후보로의 도약=손 상임고문이 제1 야당 신임 대표에 선출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의 발목을 잡던'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말끔하게 사라졌다. 손 대표는 사전에 실시된 당원 여론조사(30%)와 대의원 현장투표(70%)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27.23%로, 2위 정동영 후보(26.67%)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세력과 조직이 약하다는 한계를 뚫고 대의원 투표에서도 18.9%를 차지해 기반이 튼튼한 전임 대표 정세균 후보(18.5%)를 0.4%포인트차로 제쳤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그를 외면했던 '당심'이 이번엔 손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3년 전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2년 동안 대표를 맡았던 정세균 후보 대신 이제 민주당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당원들의 판단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손 대표는 두 번째 당 대표이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경선 없이 대표에 추대됐지만, 이번에는 전국선거를 통해 명실상부한 당 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반영하듯 손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폭풍처럼 밀고 나가 호랑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숙제는?=손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현재 민주당으론 안 된다. 볼륨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대통합을 거론한 대목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실정에 반사이익 챙기기에 의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새로운 민주당의 기조로 당의 분명한 색깔을 통한 지지층 확대, 정책 발굴 등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민주당이 대선과 총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일정 부분 벗어났다고 하나, 6·2지방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곧바로 7·28 재·보선에서 패배하는 등 국민의 부응에 '2%' 부족했다.
따라서 야권에서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인식되는 야권 통합·연대에서 '야권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주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책임은'손학규 체제'몫으로 던져졌다. 손 대표가 당내 기득권이 상대적으로 적어 야권 연대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고, 본인 스스로 대권의 유력한 후보인 까닭에 야권 연대를 풀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상존한다.
◆전망은?=손학규 호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주류와 비주류 간의 통합 ▷집단지도체제에 들어온 정세균, 정동영 최고위원들과의 조정 능력 등이 손 대표를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한'친 노무현계'상당수 인사들이 한나라당 출신 손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과 정부, 여당에 맞서 강력한 대안 정당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도 손 대표 체제의 순항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위한 범야권 연대와 통합이라는 난제도 그의 어깨에 얹어졌다. 당내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그가 당권·대권 분리원칙에 따라 대선 1년 전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이기 때문에 연대를 위한 '판 키우기'보다 자신의 대선행보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경선에 나타난 표심 성향 =손 대표의 당선도 그렇지만 이번 전대 결과엔 민주당의 정책 노선에서 '더 많은 진보'가 필요하다는 당원들의 열망이 담겨 있다. 이인영, 천정배 최고위원의 선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최고위원은 "'빅3'는 민주당의 과거, 나는 민주당의 미래"라며 표를 호소했다. 원외인 이 최고위원은 인지도가 중요한 당원 여론조사에선 4.54%의 낮은 성적을 거뒀지만 대의원 투표에서 14.6%로, 빅3 뒤에 바짝 다가섰다. 계파 의원도, 조직도 없는 천정배 후보가 조직력에서 앞선 박주선 후보를 제친 것도 당심이 그의 '개혁 브랜드'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대는 지난 2년 동안 당을 이끌어온 당권파에 대한 심판적 성격도 띠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약한 정세균 최고위원은 대의원 투표에서도 2위에 머물러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반면 신임 지도부엔 정세균 최고위원과 각을 세워온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 소속 인사가 4명이나 진출했다. 그들이 공언했던 대로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의 동반 당선에 성공한 것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