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치, 식당서 사라졌다…단체 급식 대란

입력 2010-10-04 10:47:38

깍두기 총각김치도 덩달아 가격 상승…무료급식소 직격탄

1일 경북대 학생식당에는 배추값 폭등으로 김치를 담그기 힘들게 되자 양해를 구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일 경북대 학생식당에는 배추값 폭등으로 김치를 담그기 힘들게 되자 양해를 구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배추값이 폭등하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 사내식당 등에서 김치가 사라지고 김치공장도 일시 가동중단을 검토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배추김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금(金)치'라 부를 정도로 배추값이 뛰면서 지역 공공기관과 대학식당, 기업 사내식당 식단에서는 배추김치 메뉴가 사라지고, 무료 급식소에는 김치 후원 손길이 끊기고 있다.

1일 경북대 정보센터 학생식당은 김치 배식이 중단됐다. 학생식당 내 자율배식대 김치 통 앞에는 '배추김치와 깍두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먹을 만큼만 가져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한 K(25·여)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배추김치가 나왔는데 오늘 깍두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식당에서도 배추김치가 사라졌다. 대구 북부경찰서 지하 1층 식당은 지난달 28일부터 배추김치 대신 무김치를 내놓고 있다. 종전에 1㎏ 당 2천300원 하던 배추김치는 공급이 아예 중단됐고 깍두기와 총각김치가 배추김치의 빈자리를 채웠다. 무김치 값도 덩달아 올랐다. 깍두기는 1㎏당 1천700원에서 3천원으로, 총각김치는 2천300원에서 4천원으로 두 배가량 올랐다.

이곳 식당 관계자는 "지금은 김치가 쇠고기보다 더 귀하다. 김치공장에도 배추가 없다고하니 언제 배추김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 북구청 구내식당은 얼마 전 김치업체로부터 '10월에는 배추김치 공급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진향 북구청 구내식당 영양사는 "지금은 재고 김치가 있어 배추김치를 내놓고 있지만 언제 바닥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 사내식당도 예외는 아니다. 구미시 공단동 외환은행 사내식당도 김치를 메뉴판에서 지워버렸다. 직원 임송미(25·여) 씨는 "김치를 식판에서 보지 못한 지 일주일 정도 되는 것 같다. 김치가 사라진 뒤 다른 반찬도 함께 부실해지고 있어 식사할 기분이 안난다"고 했다.

노인들과 극빈층에 끼니봉사를 하고 있는 무료 급식소에도 배추값 불똥이 튀고 있다. 대구 서구 평리동 '보림의집 노인무료급식소'는 김치 후원이 조금씩 끊기면서 걱정이 크다. 이곳 관계자는 "시장에서 들어오던 김치 후원마저 끊겼다. 대파도 한 단에 5천원씩 하는데 김치마저 못 내드리면 식단에서 야채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김치공장도 아우성이다. 김치공장 관계자들은 언제 김치공급이 원활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대구 김치제조업체인 대성농산 김재권 과장은 "현재 배추김치 10㎏을 담그려면 양념 등 재료값을 포함해 10만원이 넘게 든다"며 "정부가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한다고 하는데 1억t이면 몰라도 100t은 김치 파동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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