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지훈련 결과가 어떨지 확인할 수 있는 전국체육대회가 기다려집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한국 육상의 기대주 박봉고(19·구미시청)가 미국 전지훈련에서 큰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 7월 17일 출국해 캐나다를 거쳐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ESPN 와이드월드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훈련을 받은 지 74일 만에 '드림 프로젝트'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귀국했다. 박봉고는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위해 귀국 후 곧바로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훈련을 시작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야심차게 마련한 유망주 해외 육성 프로그램인 '드림 프로젝트'의 첫 수혜자인 박봉고의 첫 점검 무대는 6일부터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다. 입국 후 첫 출전 대회라 떨리기도 하지만 훈련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 기대도 크다. 박봉고는 "미국에서 훈련을 열심히 받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뚜껑을 열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봉고의 이번 전국체전 최대 목표는 다름 아닌 400m 한국 신기록 작성이다. 박봉고는 해외 훈련 직전인 지난 6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400m에서 45초63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하긴 했지만 아쉽게 0.26초차로 한국 기록(45초37·손주일) 달성엔 실패했다. 이에 이번 대회에 200m, 400m, 400m 계주, 1,600m 계주 등 4개 종목에 출전하지만 400m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봉고는 "주변의 기대가 많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 체전에서 400m 한국 신기록을 꼭 세우고 싶다"며 "경북 계주팀의 실력이 막강한 만큼 잘 하면 4관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봉고의 미국 훈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짧고 굵게'다.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 식사한 뒤 1시간 정도 복근 및 팔굽혀펴기 등 상체 운동에 집중하고, 오후엔 더운 날씨 때문에 6시부터 운동을 시작, 3시간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11시 30분 잠자리에 들었다. 훈련은 주로 '팔 치기' 등 상체 훈련과 '레이스 리모델링'에 중점을 뒀다. 팔을 빨리 흔들수록 다리의 움직임도 함께 빨라져 기록이 향상되는 원리를 활용한 훈련이다.
"미국에선 하체보다 오히려 상체를 더 중시하더라고요. 실제 팔을 빨리 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집중하니까 '팔 치기'의 중요성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기록도 좋아지는 걸 체험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상체가 약하고 어리다 보니 경기운영 능력도 미숙한 것이 취약점이었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경기에 자신감도 생기고 상체도 많이 보강했습니다."
실제 박봉고는 막판 스퍼트가 약해 지난 5월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도 300m 지점 정도까지 세계적인 선수들과 레이스를 같이 해 '일을 내나'하고 기대했지만 마지막에 처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박봉고는 "팔을 빨리 흔드는 연습이 마지막 스퍼트에 크게 도움이 돼 지금은 마지막에 약한 약점이 많이 보완됐다"고 좋아했다.
'드림 프로젝트' 매니저로 훈련기간 함께 했던 김태영 씨는 "훈련이 아주 힘들었지만 열심히 잘 따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뛰면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박봉고를 지도했던 브룩스 존슨 코치가 '팔 치기'를 할 때도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어깨가 올라가지 않으면서 빨리 흔드는' 등 동작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뛰도록 하는 등 정신력까지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뛸 때와 미국 훈련에서 뛰는 모습 변화가 확연하다. 상체를 많이 사용하는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해 달리는 자세가 많이 교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는 "짧은 시간에 완전히 바뀔 수는 없는 만큼 이번 체전에선 큰 기대보다는 변화된 모습에 중점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미국 훈련을 통해 400m 기록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훈련 땐 400m 기록을 재지 않았고 400m에 도움이 되는 300m와 500m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박봉고는 한국에서 훈련할 때 300m를 뛰면 34초대 초·중반 정도 됐는데 미국에선 33초대 중반 정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봉고는 또 다른 주력 종목인 400m 허들의 경우 미국에서 훈련하지 않았다. 주 종목 400m 훈련에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배제했다.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같은 이유로 400m 허들 출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박봉고의 목표는 분명하다. 단기적으로 전국체전에서 400m 한국 기록을 세운 뒤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입상을 노리고,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4초대 진입, 2012년 런던 올림픽대회 결승 진출 등 한 단계,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간다는 각오다. 박봉고는 "아직 어리고 많이 배워야 할 시기다.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2012년 런던 올림픽 등을 향해 열심히 훈련해 기록을 단축 하겠다"며 "세계적인 선수들이 25세 전후에 최고 기록을 내는 만큼 나도 그 때쯤이면 절정의 기량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결승에 진출, 성원에 보답할 생각입니다."
박봉고는 "육상을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종목이 되도록 만들고 싶고, 개인적으론 육상 스타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박봉고는 누구인가?
박봉고는 한국 육상의 최고 기대주 중 한 명이다. 박봉고는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에서 결선 진출을 노린다. 현재 최고기록이 45초63으로 베를린 결선 8위 기록인 45초90보다 앞서고 기량이 급성장 중이어서 '깜짝 메달'을 선사할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박봉고는 전교생이 30여 명에 불과한 봉화 상운중에서 육상을 시작한 후 경북체육고를 졸업하고 올해 구미시청에 입단했다. 그는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400m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45초63로 우승했다. 또 경북체고 3학년이던 지난해 한국그랑프리대회 남자 400m에서 고등부 신기록(46초16)을 수립했고, 제5회 동아시아경기대회 2위, 제17회 한·중·일 주니어종합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그랑프리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에서 1위를 차지하며 최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호준기자
(사진) 박봉고가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ESPN 와이드월드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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