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상상해봄직한 행복 메시지…피터 앙거만展

입력 2010-10-01 07:45:09

피터 앙거만-Turmbau zu Babel(바벨탑 쌓기)
피터 앙거만-Turmbau zu Babel(바벨탑 쌓기)

산에서 갑자기 돈 사태가 발생했다. 산길을 운전해 올라가던 운전자는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처럼 행복하면서도 끔찍한 상상을 그림으로 옮긴 사람이 있다. 독일 신표현주의 화가로 불리는 피터 앙거만이다.

대구MBC 갤러리M이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피터 앙거만의 전시를 31일까지 연다. 그의 작품은 냉소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따듯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된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돈 사태를 다룬 작품 역시 모든 사람이 갈구하는 돈도 너무 많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따뜻한 감성으로 코믹하게 보여준다.

그는 바벨탑처럼 인간 문명을 너무나 높이 쌓아올리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도 그려냈다. 이미 지구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건물은 여전히 건설 중이다. 그곳에서 건축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메시지는 비판적이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있지만 군데군데 새싹도 보인다. 현실에 대한 긍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총알과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의 참상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락한 거실에서 게임처럼 감상한다.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림으로 옮겨놓았다.

그의 작품에선 그의 스승이었던 요셉 보이스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요셉 보이스는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로 표현된다. 스승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기억하면서도 스승의 화풍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온 그의 작품 세계를 빗대어 보여준다.

비행 공포증으로 20년 만에 비행기를 타고 아시아에서 첫 전시를 갖는 그는 "대구가 활기찬 도시라 놀랐고 이곳에서 전시를 하게 돼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깊은 산 속에서 자연과 벗하며 대형 작품을 그리고 있다. 뉘른베르크 예술조형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독일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053)740-992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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