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만에 백두대간 종주, 70일만에 6700km 美 횡단, 70살엔 \
달리고 또 달렸다. 때론 강을 건너고 때론 사막을 건넜다. 은빛 페달을 밟으며 험준한 히말라야를 누비기도 했다. 그동안 각종 공식대회에서 완주한 거리만 해도 수천㎞가 넘는다. '아이언맨' 정옥(52) 파워텍 전무의 달리기 인생은 1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솔직히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오래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였습니다. 대학 때도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 체중이 90㎏을 넘나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 고향 친구들은 제 얘기를 모두 못 믿겠다는 눈치들입니다."
또래 직장인들처럼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던 그가 '포레스트 검프'(1994년 작, 미국 영화의 주인공)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외환위기 때였다. 재무 담당자로 일하던 직장의 부도는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결국 병까지 얻은 그는 '죽지않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시작은 힘들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체력은 2㎞만 뛰어도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그를 계속 뛰게 만들었고, 1999년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완주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첫 완주의 후유증이 너무 커 다시는 뛰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는데 조금 지나니 또 욕심이 생기더군요. 동호인들은 다 알겠지만 '해냈다'는 결승선의 쾌감은 마약과도 같았습니다."
이후 달리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게 됐다. 마라톤 풀 코스(42.195㎞) 완주는 20여 회에 이르고 수영·사이클을 함께 해야 하는 철인3종대회는 3번 완주했다. 또 울트라 마라톤 100㎞대회 10번,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200㎞ 대회를 4번 뛰었다. 2008년에는 사하라사막 마라톤(250㎞)을, 지난달에는 중국 티벳 라싸~네팔 카트만두 1천200㎞를 자전거로 11일 만에 주파했다. "사하라 마라톤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820명의 선수들이 6일치 식량을 직접 짊어지고 뛰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많았지요. 사막의 밤하늘 별빛이 너무 아름다워 아내와도 같이 한 번 뛰기로 약속했습니다."
주말이면 훈련 삼아 당일치기로 지리산 종주를 한다는 그에게 '달리기'는 자신감이란 선물을 주었다. 세상만사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진리도 깨닫게 했다. "전 직장 동료 2명과 레미콘에 들어가는 화학혼합제를 만드는 회사를 2005년에 세웠습니다. 그런데 6개월 동안 계약을 한 건도 따지 못했어요. 하지만 역시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더군요. 올해는 55억원의 매출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도 달리기를 적극 권하고, 아들은 아예 해병대에 보낸 그에겐 마지막 남은 목표가 셋 있다. 60일 만의 백두대간 종주, 70일 만의 6천700㎞ 미국 횡단, 70살에 '아이언맨' 완주가 그것이다. "평소 훈련할 때는 일 생각을 하며 뜁니다. 회사 직원들도 같이 뛰면 좋겠다 싶어 금연부터 하라면서 월급 인상을 당근으로 내걸었는데 아무도 실천을 못 하네요. 운동에 마음을 먹고 계신 분들이라면 일단 도전부터 하십시오."
상주 외서면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 중앙초교, 영신중, 청구고를 나와 동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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