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입력 2010-09-30 14:03:29

파리에 와 있는 나에게 고향마을이 암소의 얼굴이 되어 떠오른다

작 가 명 :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

제 목 :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연 도 : 1911년

크 기 : 192.2x151.6㎝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추석을 비롯해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늘 이루어지는 풍습인 것 같다. 고향집은 부모님이 계신 곳이기도 하지만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고스란히 간직되어진 곳이기에 더욱 아련함을 더해 준다. 특히 그곳이 도시보다 농촌이라면 '고향'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색채의 마술사'와 '꿈 속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은 그의 고향이자 유년시절을 보내었던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마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내러티브(Narrative)가 특징적이며, 주로 신화와 유대 전통과 함께 그의 고향인 농촌생활모습을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그의 고향이었던 유대인의 마을은 샤갈의 예술적 원천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는 비테프스크를 "내 슬프고도 즐거운 마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파리로 가게 된 샤갈은 그곳에서 야수파의 강렬한 원색묘사에 충격 받고, 고갱의 원시적 생명력과 고흐의 정적인 표현에 큰 감성적 자극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입체주의의 영향도 받으면서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를 펼쳐 나갔다. 당시 활발한 예술 활동을 가졌던 화가 들로네와 모딜리아니, 수틴 등과 함께 '라 디슈'(벌집)라 불리던 보잘것없는 공동 주택에 살면서 그는 자신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정립해 갔다. "파리! 나에게 파리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단어였다"라는 그의 말처럼 샤갈에게 파리는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주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대한 사랑 역시 그 누구보다 남달랐던 화가였다. 그의 그림 속에는 어린 시절을 보낸 러시아에 대한 기억들이 잘 나타나 있다. 고향 생각의 여러 요소들이 원과 삼각형 및 대각선, 신비스런 색채와 이미지의 투명한 중첩, 파랑과 빨강과 초록의 대비 속에 환상적으로 펼쳐져 있다.

이 그림에 대해 샤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리에 와 있는 나에게는 고향마을이 암소의 얼굴이 되어 떠오른다. 사람이 그리운 듯한 암소의 눈과 나의 눈이 뚫어지게 마주보고, 눈동자와 눈동자를 잇는 가느다란 선이 종이로 만든 장난감 전화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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