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 총회 개최 의의

입력 2010-09-30 08:29:17

10월 11일부터 4일 동안 부산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IPCC) 총회가 열린다. IPCC는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로서 전 세계의 과학, 경제, 정책 수립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 변화의 추세와 원인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분석해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기구이다. IPCC가 1990년 1차 보고서를 통하여 인간의 생산 및 소비활동의 증가로 인한 오염 물질의 발생 증가가 기후 변화의 원인이며 파급효과가 광범위함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이후 인류는 기후 변화 방지를 21세기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오염물질의 발생 감소를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IPCC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4차에 걸친 보고서를 발행하면서 기후 변화와 관련된 국제회의와 각국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과학적인 기초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였으며 그 공로로 2007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전 세계 약 2천5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IPCC 총회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첫째, 최근 들어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모든 국가들이 기상재해의 원인 규명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안을 IPCC에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4월까지 전례 없는 저온현상이 지속되어 양식업과 과수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으며 한여름인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평균 온도보다 1.3℃가 높은 찜통더위가 지속되어 국민들을 힘들게 하였다. 추석 연휴 기간 중에는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일대가 물바다로 변하였고 곳곳이 침수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기상청이 예측한 강수량 20~60㎜의 4배가 넘는 약 260㎜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심각하게 발생하였다. 유럽, 러시아, 일본 등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약 1천500여 명이 일시에 사망하였으며 중국 간쑤성에서도 폭우로 인하여 약 1천30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그러나 같은 중국의 윈난성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둘째, IPCC 총회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가 간의 성공적 협의를 위한 돌파구를 제시하여야 한다. IPCC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1990년 이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 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왔다. 1997년 기후 변화 총회에서는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의 배출을 평균 5.2% 줄이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작년에 개최된 덴마크회의에서는 2012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감소 목표를 합의하는 데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금년 말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기후 변화 총회에서의 합의 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 IPCC는 멕시코 회의가 성공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IPCC는 지금까지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규명에 크게 기여하였으나 최근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출간함으로써 신뢰성이 크게 하락하였다. 예를 들면 IPCC가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생략하고 "2035년까지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될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는 IPCC 자체의 신뢰성 하락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IPCC 총회에서는 비대해진 IPCC 조직 전반에 대한 개편을 통하여 연구 결과 검증을 위한 보다 엄격한 기준 적용 등의 원칙을 수립함으로써 IPCC의 신뢰성 회복을 위한 조치들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가장 권위 있는 IPCC 총회가 우리나라의 부산에서 개최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성공적인 IPCC 총회를 통하여 단기적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인류의 기후 재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국가 간 협상을 성공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현재 추진 중인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의 조화를 위한 녹색성장 모델을 전 세계에 파급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이기도 하다.

정진승(APEC 기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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