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 매각 중단…러·중 보유량 점차 늘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무섭게 치솟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은 최근 10년간 무려 6배나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금값은 최근 유럽 중앙은행들이 금 매각을 중단키로 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금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세계 각국은 금을 내다 팔기보다는 보유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중국은 금 보유량을 2000년 395t에서 10년 사이에 1천54t으로 3배 가까이 늘렸다. 러시아도 최근 5년간 기존 금 보유량의 80%가 넘는 325t을 매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2001년부터 금값이 6배나 오르는 동안 한국은행은 금을 전혀 사들이지 않고 있다. 왜 한국은행은 금 매수에 소극적인 걸까.
◆치솟는 금값
금값은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오를 만큼 올랐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1천298.6달러(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나흘 연속 상승세이며 사상 최고치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월 5일 1천56.5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23% 올랐다. 장중 가격 최고치는 이달 24일 기록한 1천301.6달러다.
금 선호도가 높아진 계기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흔들리면서 안전자산인 금으로 대거 수요가 몰린 탓이다. 올 들어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잠시 안정되는 듯했던 금값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미 금융당국의 달러화 약세 전략이 맞물리며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금 거래의 큰손인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금 매각량을 줄이고 보유로 방향을 돌린 점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국제 금값 상승을 주도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은 6월 말 현재 1.7%로 2008년 12월 말 0.9%, 2009년 12월 말 1.5%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도 2008년 말 2.1%에서 2009년 말 2.6%, 올해 말엔 2.9%로 늘어날 전망이다.
◆팔짱 낀 한국은행
세계 각국의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행은 아직 금 사들이기를 망설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14.4t.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반면 과거 금본위제(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에 비례해서 화폐 발행)의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의 금 보유량은 외환보유액 중 72.1%나 되고 독일도 67.4%를 차지한다. 정부가 보유한 금은 세계 GDP 20위 이내 국가들의 평균 비율인 22.6%에 비해서도 크게 못 미치고 중국·인도·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의 금 보유비율(2~5%)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금을 사라는 지적이 많지만 한국은행은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한다. 금은 유가증권이나 예치금과 달리 이자가 붙지 않고, 가격 변동성이 큰데다 국제 결제수단으로 가치가 없다는 게 이유다. 또 금을 보유할 경우 매매차익만 가능하지만 미국 국채 등 유가증권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어 10년 이상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점도 있다.
금값이 너무 올랐다는 점도 곤혹스럽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금을 사들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금값은 더 뛰게 마련이다. 게다가 달러표시 채권을 팔아 금을 살 경우 달러 채권 가격도 떨어진다. 국채는 싸게 팔아야 하고, 금은 더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더구나 금값이 요동칠 경우 손실에 대한 비난을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을 의식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환보유고에서 금 보유 비중을 늘리려면 불가피하게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하지만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금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금 보유 비중이 낮은데다 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또 안정된 외환 운영을 위한 외환자산 다변화가 시급한 점도 이유다. 보완 자산인 유로화도 힘을 잃은 상황에서 달러화가 장기적으로 약세로 갈 경우 외환보유액은 금리 역마진 외에 환손실마저 입기 때문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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