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둥 덩더쿵….' 6척(182㎝) 장신의 남자가 왼쪽 어깨에 커다란 북을 둘러메고 덩실 덩실 춤을 춘다. 진군과 개선의 힘찬 북소리는 보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심장박동마저 세차게 뛰게 한다.
황보 영(56·일일디지털인쇄 대표) 한울북춤연구회장은 전업 춤꾼은 아니지만 달구벌북춤의 달인이 됐다. 북춤의 매력에 흠뻑 빠져 13년째 춤사위를 펼친 결과 이달 15일 '2012 미래의 한국인'시상식에서 북춤발전부문 공로대상을 수상했다.
"달구벌북춤은 세시풍속인 품앗이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죠. 농경사회에서 공동의 힘이 필요한 모내기 때 북소리에 맞춰 논을 매고 돌아올 땐 북을 치며 춤과 함께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대구시 무형문화재 2호인 날뫼북춤에도 고수(鼓手)들이 많지만 이는 여럿이 함께 북을 두드리는 군무가 주류로 황보 씨처럼 혼자서 북춤을 추는 이는 드물다. 또 북춤 독무는 힘이 많이 들어 건장한 남자라도 10분 이상 춤을 추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남성적인 힘과 기교를 바탕으로 동적인 움직임과 북의 커다란 울림이 어우러진 달구벌북춤은 보는 이들에게 신명과 흥취를 불러일으킨다.
"처음엔 취미로 노후를 즐겁게 보내기 위한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 우연히 북춤을 알게 됐고 그 매력에 빠졌죠. 부산 무용가인 오현숙 씨에게 사사했고 스스로 춤사위를 바꿔보기도 했어요."
황보 씨는 결손가정 어린이들을 돕는 (사)국제키와니스에 가입, 춤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연을 하면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황보 씨의 달구벌북춤이 점차 알려지면서 여러 단체로부터 공연요청도 들어왔다. 특히 2005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키와니스 아시아·태평양 대회때 황보 씨가 선보인 북춤은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대만대회 때는 한량무를 선보여 역시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당시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터라 한복을 입고 다니면 저를 본 대만사람들이 모두 환호를 보냈습니다."
황보 씨는 쓰라림도 맛봤다. 2006년 독일국제도서박람회 한국관 부스 부대행사로 황보 씨의 달구벌북춤이 추천됐지만 대회 입상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공연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은 것.
"당시 저를 추천한 곳은 이전에 공연을 선보였던 국정원에서였답니다. 하지만 도서박람회 관계자가 대회 입상 등 경력이 일천하다고 거절했죠."
이에 황보 씨는 힘의 예술인 달구벌북춤을 더 알리기 위해 전국 규모의 농악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2007년 진해전국국악제 장관상, 2008년 대구국악제 국무총리상, 2009년 한밭전국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등 해가 거듭될수록 그의 북춤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원래 성격은 내성적인데 무대에서 북을 둘러메면 나도 모르는 신명이 솟아납니다."
큰 상을 받게 된 데 대해 황보 씨는 달구벌북춤이 국악분야에서는 아마 새로운 장르로 인식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1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주 2회씩 달구벌북춤의 동작개발과 전수에 힘을 쏟고 있는 황보 씨의 꿈은 내년에 열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대구의 멋'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달구벌북춤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런 꿈을 향해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는 황보 씨의 춤사위는 다음달 2일 군위 인각사 산사음악회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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