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장기동 장터마을에 장례식장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이곳 주민들은 출판산업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보다 장례식장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한 주민은 "조용히 살고 있는 곳에 예식장이 들어와도 반대할 판인데 장례식장이 뭐냐"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국민들의 장례 이용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주거지역 내 병원 장례시설 설치를 법제화하면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장례예식장 설치법에 따르면 사체의 위생적 안치에 필요한 냉장시설과 빈소, 주차시설, 기타 부대시설을 갖추면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데 문제가 없다.
장터마을 주민들은 " 2008년 한 요양병원이 이곳에 들어오려고 했을 때 주민들이 반발하자 병원 측은 '주민 협의를 거쳐 장례식장을 짓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요양병원 설립이 합법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장례식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 마을에 들어선 S요양병원은 이달 초부터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8년 7월 요양병원 부대시설로 장례식장 설치 합법화가 입법예고된 상황이었을 때도 구청 간부들이 나서 '장례식장 설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제 와서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S요양병원 측은 "주민 마찰을 원하는 이가 어디 있겠느냐. 경영 악화로 어쩔 수 없이 장례식장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에서 운영 중인 병원 부설 장례식장은 종합병원 장례식장 11곳을 포함해 모두 51곳이다. 이중 요양병원 부설 장례식장은 13곳으로 대구 장례식장 4곳 중 1곳이 요양병원 부설이다.
대구 서구 W병원과 대구 남구 D병원도 지난해 주민 반발에 부닥쳤지만 현행법은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일정 면적 등 관련 요건만 갖추면 얼마든지 장례식장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현행법이 주민들의 감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주민 생활 침해 등을 막기 위해 제도적 손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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