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열린 교육] 마을이 학교, 사회가 교과서

입력 2010-09-28 07:22:45

교육과정이 다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 교육과정 자율화, 2009 개정 교육과정 등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그 논의의 중심에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을 숫자로 나타내면 '8'과 '4'가 된다. '8'은 교과 활동의 나타내는 숫자로, 학기당 이수 과목 수를 8과목 이내로 줄였다는 뜻이다. '4'는 비교과 활동인 창의적 체험활동을 나타내는 숫자로, 주당 4시간 신설했다는 의미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현행 10~13개 과목을 이수하고 있으며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을 주당 3시간 운영하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수 과목 수를 8과목 이내로 줄였다. 기존 3시간 운영되는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을 통합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을 주당 4시간 신설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은 비교과 활동인 창의적 체험활동에 달려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136시간(17주×4시간×2학기=136시간)이 된다.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으로 나누어진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간 136시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각 영역은 따로 운영되기보다는 통합 운영되어야 한다. 각 영역의 활동이 사실상 많은 부분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공 도서관 사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진로탐색을 통해 사서에 관심이 있는 학생끼리 동아리를 구성한다. 도서관과 사서 관련 진로독서도 하고, 전문가의 특강도 듣는다. 현장 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도서관에 현장 조사를 간다. 조사를 하면서 사서 체험도 하고, 대출 반납을 돕는 봉사활동도 한다. 현장 조사 결과를 통해 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 완성형 보고서인 책쓰기 활동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보고서를 공공도서관에 보내 개선점 등을 제언한다.

이처럼 스토리로 엮인 창의적 체험활동의 결과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입시를 보는 2014학년도 대학입학사정관제나 수시입학전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체험활동 결과는 학교에서 운영한 프로그램만 인정되고, 사교육기관에서 한 활동은 일체 인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 학교 자원만으로는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위해서 모든 사회가 나서야 한다. 학교 건물과 교원만으로 학생을 교육하는 시대는 끝났다. 마을이 바로 학교이고, 사회 전체가 교과서이다. 학교를 개방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가진 모든 자원을 학교 교육을 위해 내어 놓아야 한다.

경제 분야에서 도시 간에 경쟁이 된 것은 오래 전부터다.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교육도 이제 도시 간에 경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구의 모든 기관과 단체는 인적, 물적 자원과 프로그램을 학생 교육을 위해 개방해야 한다. 기관마다 교육지원 담당자를 두고 학교에서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을 교육청과 학교에 맡겨 두고 책임을 묻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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