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환경과 도전과 용기

입력 2010-09-28 07:49:27

코이. 일본인이 즐겨 기르는 관상용 잉어다. 이 물고기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몸의 크기를 바꾸는데 수족관에서는 기껏해야 10㎝도 자라지 못하는 것이 연못에서는 20㎝ 정도까지 자라고 강에 방류하면 무려 1m도 넘게 자란단다. 철저한 환경결정론자인 셈이다. 어찌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이 코이뿐일까. 좁은 수족관에서 나와 강으로 바다로 나아가야 크게 자라나는 것은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말씀하셨나보다. 자식은 낳아서 큰 도시로 보내라고.

서커스장에서 가느다란 줄로 작은 나무말뚝에 매여 있는 커다란 코끼리를 보았다. 코로 무거운 전봇대를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세어 가는 줄쯤 쉽게 끊고 작은 말뚝쯤 쉽게 뽑을 수 있을 텐데. 사육사는 코끼리가 아직 어릴 때 굵은 쇠사슬과 큰 쇠말뚝에 묶어 두어 탈출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코끼리는 어느 순간 탈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체념하고 더 이상의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러한 체념은 코끼리가 자라서도 계속되고 사육사는 이제는 가느다란 줄과 작은 나무말뚝으로도 커다란 코끼리를 묶어 둘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하는 시도마다 실패한다면 언젠가는 좌절하고 체념하는 순간이 오긴 하겠다. 그러나 절망의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반드시 우리들의 시도가 성공한다는 것을 우리는 신앙처럼 믿어야 한다.

남극 빙산 위의 펭귄은 먹이를 구하러 떼지어 우르르 바다로 향하지만 정작 빙산 끝에 다다르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걸음을 한다. 저 아래 바닷속에는 먹이도 많겠지만 물개, 바다표범과 같은 천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 미지의 위험을 무릅쓰고 맨 먼저 바다로 몸을 던지는 펭귄이 있다. 바로 퍼스트 펭귄이다. 그제야 나머지 펭귄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바다로 뛰어들어 먹이사냥을 시작한다. 영어권에서 흔히 관용구로 사용하는 '더 퍼스트 펭귄'이란 이처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불확실한 미지의 바다에 처음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 용감한 사람을 의미한다. 도전의식으로 무장한 진취적이고 패기 넘치는 '더 퍼스트 펭귄'. 그가 우리 사회의 주역을 담당하고 앞으로의 역사를 써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병아리. 달걀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어 신세계를 보고, 사람이 깨면 달걀 프라이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 우리를 둘러싼 이 작은 세계, 우리 스스로 이를 깨지 않고서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니 우리 모두 시도하고 또 시도해 보자. 뜨거운 열정으로 용감하게. 이 좁은 수족관을 벗어나 더 넓은 바다로 가기 위하여.

임주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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