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청자 골탕 먹이는 지상파-케이블 밥그릇 다툼

입력 2010-09-27 10:55:37

TV 화면이 갑자기 검게 변하며 5분 이상 먹통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1천500만 케이블TV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이 같은 일이 실제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지상파 프로 재전송을 놓고 KBS'MBC'SBS와 케이블TV 간 밥그릇 싸움에 볼모가 된 시청자들이 황당한 꼴을 당하게 된 것이다.

사태의 배경은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케이블TV 업체들을 상대로 벌인 법정 다툼에서 지상파 채널 동시 재전송 금지 판결이 나오면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송출 중단을 요구하며 케이블TV 업체들을 압박하자 전국 93개 케이블TV 업체들로 구성된 비대위가 29일부터 '낮시간대 방송 광고 중단→밤시간대 방송 광고 중단→지상파 채널 재전송 전면 중단' 수순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밝힌 것이다. 순차적인 송출 중단을 통해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사실 시청자를 등에 업고 지상파 방송사의 목을 조르겠다는 속셈이다.

두 미디어 간 이 같은 이전투구에 결국 시청자만 골탕 먹고 먹통 TV를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KBS'MBC'SBS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들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29일부터 케이블TV가 광고 방송을 중단하면 그만큼 광고 효과가 줄어들어 광고주들은 앉아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법원이 이달 초 지상파의 손을 일부 들어주며 재전송 중단 시점과 배상금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서로 원만히 합의하라는 취지다. 양측이 그동안 아무런 합의 노력도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먹통 TV와 같은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방증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방송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손 놓고 있는 것은 더욱 한심한 일이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적극 중재에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고 시청자와 광고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힘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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