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까지 리드시 53전 무패 '지키는 야구'
비록 정상에 서진 못했지만 '명가' 삼성의 자존심은 되찾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페넌트레이스 2위(79승2무52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삼성은 지난해 5위를 차지,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나 올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직행, '왕중왕' 등극(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게 됐다. 삼성은 올 시즌 지키는 야구에 기동력을 가미하고 순조로운 세대교체로 '전통 강호'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지키는 야구의 힘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삼성의 팀 컬러는 마운드를 앞세운 '지키는 야구'였다.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제패의 원동력도 투수력에서 나왔다. 올 시즌 삼성의 필승카드 역시 탄탄한 마운드였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 윤성환에다 장원삼을 영입하며 선발을 강화했고 권오준과 오승환의 복귀로 중간-마무리 라인도 다졌다. 하지만 오승환은 개막전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후 16경기에서 4세이브(3블론세이브)로 주춤한 뒤 수술대에 올랐다. 권오준 역시 부상 재발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윤성환은 부진을 거듭했다. 제몫을 한 건 장원삼(13승5패)뿐이었다. 위기의 순간을 버텨준 건 막강 불펜이었다. 안지만-정현욱-권혁으로 이어진 불펜은 5회까지 리드 시 53전 무패의 경이적인 기록을 쓰며 '지키는 야구'를 완성했다. 만년 기대주 차우찬(10승2패)도 중반 이후 무서운 상승세로 힘을 불어넣었다. 팀 평균자책 3.94로 SK(3.71)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삼성 마운드는 야구가 투수 놀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백업의 약진
올 시즌 삼성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두터워진 선수층의 확인이다. 타격 부문에서 개인 타이틀을 거머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그럼에도 시즌 2위의 성적은 한 두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기보다 팀원 전체가 고른 활약을 펼친 결과다. 양준혁은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고 박진만은 극심한 타격부진에다 11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6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갔다. 주축이 빠진 삼성은 6월 13일 KIA에 공동 3위 자리를 내주며 5위 롯데에는 0.5경기차까지 쫓겼다. 팀을 살린 건 1.5군으로 분류된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프로 2년차 오정복은 주전 데뷔전인 5월 2일 한화전에서 동점, 결승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2경기에서 홈런 3방을 친 뒤 주전 자리를 꿰찼다. 유격수 김상수는 박진만의 공백을 메웠고, 조영훈은 양준혁을 대신했다. 이정식은 주전포수 진갑용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조동찬은 3할(0.292)에 근접한 타격에 전천후 수비력으로 맹활약하며 삼성의 대약진을 이끌었다. 주전 경쟁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선동열 감독은 "확실한 주전은 없다는 방침이 선수들에게 경쟁을 불러 일으켰고 팀 전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뛰는 야구의 위력
삼성 선수 중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는 박석민(0.303)과 박한이(0.301)가 전부다. 팀 타율 0.272, 안타 1천207개, 홈런 118개는 8개 구단 중 5위로 뛰어나지 않다. 그럼에도 상위권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선구안과 빠른 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올 시즌 무려 696개의 4사구를 얻어냈다. 8개 팀 중 단연 1위다. 2위 두산(622개)보다 74개나 많다. 지난해에도 584개로 가장 많았다. 주자를 많이 내보내면서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고, 득점 기회로 활용했다. 여기에 뛰는 야구가 보태지며 위력을 발휘했다. 팀 도루는 158개로 전체 3위. 1989년 159개에 이은 역대 2위 성적이다. 조동찬(33개)과 이영욱·김상수(30개), 신명철(20개)이 돌아가며 베이스를 훔쳤고, 나머지 선수들도 조금씩 도루 맛을 봤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프로야구 최종순위(26일)
순위 │구 단 │승-패-무 │승률 │승차 │연속
1 │S K │84-47-2 │0.632 │0.0 │1승
2 │삼 성 │79-52-2 │0.594 │5.0 │1승
3 │두 산 │73-57-3 │0.549 │11.0 │1패
4 │롯 데 │69-61-3 │0.519 │15.0 │4승
5 │K I A │59-74-0 │0.444 │25.0 │3패
6 │L G │57-71-5 │0.429 │27.0 │1패
7 │넥 센 │52-78-3 │0.391 │32.0 │2패
8 │한 화 ㅣ49-82-2 │0.368 │35.0 │2승
◇개인타이틀 순위
■투수 각 부문 1위
▲다승
김광현(SK) 17승7패
▲평균자책점
류현진(한화) 1.82
▲세이브
손승락(넥센) 26
▲탈삼진
류현진(한화) 187
▲홀드
정재훈(두산) 23
▲승률
차우찬(삼성) 0.833
■타자 각 부문 1위
▲타율
이대호(롯데) 0.364
▲홈런
이대호(롯데) 44
▲타점
이대호(롯데) 133
▲득점
이대호(롯데) 99
▲도루
이대형(LG) 66
▲출루율
이대호(롯데) 0.444
▲장타율
이대호(롯데) 0.667
▲최다안타
이대호(롯데)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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