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한국경제 4분기엔 '잠시 주춤'

입력 2010-09-24 09:25:31

각종 지표 '뒷걸음질'…글로벌 환율전쟁 치열, 대외 불확실성도 커져

나홀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한국 경제가 4분기에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안갯속을 헤매면서 수출과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고용상황도 상반기보다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헤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도 체감경기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환율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환율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틈만 나면 '대외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후퇴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수출 둔화세 뚜렷, 환율도 걸림돌

경기 회복을 이끄는 수출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가장 큰 변수다. 그동안 한국 경제 회복을 주도해온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의 성장세가 7월부터 꺾이고 있는 탓이다. 7월 반도체산업의 생산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6% 증가하는데 그쳤다. 1분기 반도체산업 생산증가율이 59.3%였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자동차산업 생산증가율도 1분기 51%에서 7월에는 25.9%로 둔화됐다. 이에 따라 8월 수출증가율도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7월 70.8%에서 8월 59.6%로, 자동차 수출증가율은 7월 47.7%에서 8월 27.5%로 내려앉았다. 7월 지역의 제조업 생산도 0.4%가 감소했다.

수출증가율도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한국경제의 성장이 내년에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1분기 16.6%의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은 2분기 14.1%, 3분기 11.9%로 떨어진 후, 4분기에는 10.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내년들어 수출은 더욱 부진하며 7.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 예측인 5% 내외나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4.5%에 비해 각각 1.2%포인트, 0.7%p 낮은 수치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증가율 감소가 설비투자 증가 둔화 등으로 이어지며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소비도 정부 정책효과의 축소, 자산가치 상승의 제약, 이자부담 증가 등으로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또한 하반기 수출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값은 20일 현재 1천16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 고점이었던 1천590원에 비하면 27%나 하락했다. 수출에 환율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 셈이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하반기 수출 모멘텀 둔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UBS는 8월 중 수출(계절조정 기준)의 전월비 감소폭이 연율 기준으로 13%에 달하는 데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2개월 연속 전월비 감소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대외수요가 둔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8월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수출이 주춤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하면서도 수출증가세는 지난 6~7월을 고점으로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월 평균 40억~50억달러선을 기록하던 무역수지 역시 하반기 들어선 20억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 주춤하고 밥상 물가 오르고

7월 지역의 취업자 수는 259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만2천명 늘어났다. 실업률도 3.0%로 전년 동기에 비해 0.1%p 하락하는 등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며 고용회복 속도는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공공부문 일자리와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공공 부문 일자리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2만개, 공공기관 인턴 5만1천개 등 상반기에 비해 7만개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고용시장을 주도했던 제조업 일자리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둔화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가 예상되는 탓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채용을 늘리려는 기업 38.2%가 결원 보충을 이유로 적극적인 채용을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도 불안하다. 지표 물가는 3% 초반에 머물겠지만 실제 체감물가는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서민 살림살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공공요금은 전기료 3.5%, 도시가스요금 4.9%, 시외버스 요금 4.3%, 고속버스 요금이 5.3% 오를 예정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8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대구 2.6%, 경북은 2.9%이다. 오름폭이 커진 점도 불안 요소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를 가늠하는 농축수산물은 대구는 4.0%, 경북은 3.6%나 올라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여기에 경기회복에 따른 개인 서비스 요금도 물가상승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증가율도 분기 7.8%에서 4분기에는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황인성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동산 관련 금융부실 확대 및 역(逆)자산효과를 통한 소비·투자 위축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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