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없는 추석 반갑지않아"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혜인야간학교
"수업을 할 수 없는 추석 연휴가 우린 반갑지 않아요."
배움에 목마른 늦깎이 학생들의 무료 배움터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혜인야간학교(교장 주대식) 학생들이 입을 모은다.
구청에서 인정받은 비정규교육기관인 이곳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30여 명의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말 그대로 '야학'이다.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얼굴에 주름살 한두 줄 정도 계급장으로 달고 있는 성인들이 대부분이다. 평균 연령은 50세에 가깝다.
고령 다사에서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공부에 매진하는 주경야독의 유옥순(62·여) 씨는 "농사일 하다 보면 오늘 배운 것을 내일이면 다 잊어 먹기 일쑤지만 배움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 못 한다"며 "아들 딸 같은 젊은 선생님께 그저 감사하고 대학 진학으로 꼭 보답할 것"이라고 밝게 웃는다.
혜인학교는 1979년 뜻을 모은 몇몇 사람들이 발족해 이듬해인 1980년 첫 입학생을 받아 올해로 개교 30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 번도 문을 닫지 않고 이어져 온 것은 교사와 학생이 배움이라는 목표로 한마음이 됐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교사는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한 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계명대학교 법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지원(28) 교감 선생님은 "처음에 선배의 소개로 1년만 교사 일을 하려고 했는데 학생들과 정이 들어 그만둘 수 없었다"며 "비록 가르치는 교사이지만 인생 선배인 늦깎이 학생들로부터 저도 배우는 게 너무 많아 아무 조건 없이 지식의 나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움의 시기를 놓쳤거나 형편이 안 돼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은 누구나 입학이 가능한 혜인학교는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전액 무료로 배울 수 있다. 대부분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공부하지만 여느 학교처럼 소풍도 가고 입학식과 졸업식, 수련회, 특별활동, 연극 발표회도 가진다. 서로 도와가며 단어를 외우고, 어려움도 함께 고민해 주는 등 경쟁이 치열한 제도권의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벌어지는 혜인학교에는 오늘 밤도 배움의 열기로 가득하다.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루어낸다." 지하 교실 입구에 붙여놓은 문구가 더 새삼스럽다. 입학문의 053)581-1632.
글·사진 이철순 시민기자 bubryun@hanmail.net
멘토: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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