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로 남고자했던 양준혁이 18년간의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매 순간 역사를 써온 양준혁의 은퇴로 한국 프로야구는 큰 별 하나를 떠나보냈다. 양준혁의 은퇴에 누구보다 큰 상실감에 빠진 건 다름 아닌 대구 야구팬들이다. 남도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경운중, 대구상고, 영남대를 거쳐 지역 연고팀 삼성 라이온즈에서 15년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하려는 대구 야구팬들은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노숙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구의 레전드(전설), 양준혁을 위해 대구 야구팬들은 그의 은퇴경기를 한국시리즈 7차전보다 더 뜨겁게 달궜다.
양준혁을 떠나 보낸 대구팬들은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만수(SK 코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 양준혁의 계보를 이을 대구 프랜차이즈 스타는 탄생할 수 있을까?
프랜차이즈 스타가 지역 구단의 연고지에서 키워낸 팀 내 대표선수라는 점에서 삼성에서 정통파 프랜차이즈 스타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1군 무대에서 나름대로 실력을 검증받고 있는 선수는 배영수, 박석민, 김상수 정도다. 경북고를 졸업해, 2004년 개인 최다승(17승2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한 배영수는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2003~2005년)를 챙기는 등 10년 간 삼성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과 수술 이후 좀처럼 옛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팬들은 배영수의 시련에 가슴 아파하며 에이스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고를 나와 2004년 삼성의 지명을 받은 박석민은 올 시즌 0.308의 타율에 14개의 홈런으로 팀 내 중심타선을 이루며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만 보여주고 있다. 김상수(경북고·2009년 입단), 안지만(대구상고·2002년), 백정현(대구상원고·2007년), 정인욱(대구고·2009년)은 아직은 구단 간판 선수를 넘어 지역 상징 인물로 꼽히는 프랜차이즈 스타 대열에 끼기에는 지금껏 보여준 실력과 경력이 짧다.
현재의 신인 드래프트 시스템으론 더 이상의 양준혁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 탄생은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전면 드래프트는 지역에 우수한 아마추어 선수가 있다고 해도 지명 순서에 밀리면 지역 연고팀과 인연을 맺을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최고 화제를 모은 광주일고 좌완 에이스 유창식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에 지명되면서 지역 연고팀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의 길이 차단됐다. 대구방송 이동수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각 팀이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지역연고 선수 지명제가 폐지되면서 프랜차이즈 스타도 지역출신만 따질 게 아니라 오랜 기간의 활약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특급 마무리 오승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기고를 나왔지만 2005년 삼성에 입단, 데뷔 첫해 10승 달성과 2006, 2007년 40세이브 이상을 거두자 팬들은 오승환을 삼성의 대표선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삼성은 2005~2006년 연속 우승 뒤 세대교체의 큰 흐름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04년 말 현대에서 심정수와 박진만을 우승 청부사로 FA 영입한 이후 "더 이상의 FA 영입은 없다"고 선언한 이후 팀 내 유망주들을 육성해오고 있는 것. 채태인·최형우·박석민 등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를 중심 타자로 키워냈고 올 시즌에는 오정복·이영욱·김상수 등이 내외야에서 신바람을 불어넣으며 사자군단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 등의 선전을 바라는 팬들은 프랜차이즈 양준혁을 떠나보낸 빈 곳을 채워줄 사자군단의 스타를 기다리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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