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의 은퇴경기가 열린 19일 대구시민야구장 앞은 오전 11시부터 인산인해였다. 길게 늘어선 줄은 500여m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현장 판매 입장권을 사려는 이들은 인도 변에서, 미리 입장권을 예매했지만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찌감치 나선 이들은 주차장 사이에서 긴 줄을 만들었다.
야구장 주변 곳곳에선 돗자리를 깔고 입장 시간을 기다리거나 낚시용 의자, 파라솔까지 준비한 이들도 많았다. 경기 3시간 전에 야구장 문이 열리지만 양준혁의 은퇴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입장을 기다리는 텐트족도 등장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상열(27) 씨는 "어젯밤 10시쯤 친구 셋과 야구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수십m 줄이 서 있어 놀랐다"며 "야구팬이라면 양준혁의 은퇴 경기는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진혁(23) 씨는 "야구장 근처에 사는 덕분에 어제 낮부터 현장 상황을 지켜보다가 저녁 때 줄을 섰다"며 "함께 야구를 보기로 한 친구들이 고생했다며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오는 중"이라고 웃었다.
이날 상대팀인 SK 와이번스 팬들도 양준혁의 은퇴를 축하했다. 조민아(23·여) 씨는 "양준혁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아니냐"며 "더 오래 뛰지 못해 아쉽지만 은퇴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야구팬으로서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이라고 했다.
미리 입장권을 예매한 이들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엎드려 책을 보거나 나무에 기대 앉아 MP3로 음악을 들으며 입장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카드놀이를 하며 입장 시간을 기다리다 점심때가 되자 길바닥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판매하는 입장권을 구하려는 이들은 길게 늘어선 줄 속에서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암표상에게 6천원짜리 일반석 입장권을 4만원이나 주고 구입하기도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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