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합니다.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합니다. 지금 당신은 학부모입니까? 부모입니까?" 이런 공익광고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민족의 대이동이 있을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다. 아이가 수능 시험을 앞두고 있는 집에서는 은근히 약간의 갈등을 할 것이다. "추석은 무슨 추석, 그 시간에 점수를 1점이라도 더 올려야지"라고 말하는 엄마와 "명절인데 조상님을 뵙고 와야지. 그래야 조상님도 잘 봐주실 거 아닌가?"라고 주장하는 아빠 사이에서 미묘한 냉기류가 형성되고 '추석'은 멋쩍어 머리를 북북 긁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소중한 것은 뭘까? 명예나 부, 건강, 권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식 농사일 것이다. '맹모삼천'이란 말도 있듯이 그 큰 명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도 온갖 시험을 거치며 어렵게 운전면허증을 딴다. 그러나 그 큰 일을 감당할 부모 면허증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저냥 부모가 되고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데 일어나는 갖가지 상황들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갈등하게 되는 것 같다. 형제간에 다툴 때도 어중간하게 개입해서 오히려 사태를 망쳐 버리는 경우도 더러 보게 된다. 이럴 때 유태인은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죽이게 되지만 형제의 가능성을 비교하면 둘 다 살린다'라는 말을 지침으로 삼았다고 한다.
어른을 보고도 본체만체하는 아이, 앉을 데와 설 데를 구분 못하는 아이, 친구 학용품 훔치기가 취미라는 아이, 버릇 없다고 혼내는 선생님을 다시 찾아가 폭행하는 망나니 같은 아이들이 많다. 이들을 볼 때마다 이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 싶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흔히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다'고 한다. 참기 힘든 어려운 환경에서도 간암 환자인 아버지를 위해 선뜻 간이식을 실천한 고3 수험생 기사를 보면서 뜨거운 것이 울컥할 때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생각도 없이 반성하지도 않고 그냥 상식이 하라는 대로 따르고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자녀 교육보다는 주체성 있고 책임감 있는 삶이 되도록 이 땅의 부모와 학부모는 인성 가이드부터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아이보다는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아이가 마냥 그립다.
서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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