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만 나갔다 하면 우승컵 "대구의 맨유로 통하죠"

입력 2010-09-20 07:35:13

한국델파이 축구 동호회

공을 향해 전력질주할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숨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를 때 나오는 격한 숨소리, 몸싸움 끝에 상대를 제치고 공을 치고 들어갈 때의 짜릿함, 힘껏 찬 공이 발을 떠나 골 망을 가를 때의 희열. 축구는 이런 것이다. 공을 잘 찬 날엔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결승골이라도 넣으면 개선장군처럼 그날의 주인공이 된다. 공을 차본지 오래됐어도 축구는 늘 마음 한쪽에 꼭 해야 할, 하고 싶은 '숙제'처럼 남아 있다.

축구는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동호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종목 중 하나다. 공을 찰 공간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릴 적 먼지 폴폴 날리는 흙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향수까지 더해지면 축구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더욱 힘들다. 스피드와 지구력, 체력, 몸싸움 등이 있어 축구는 '남자가 좋아하는 스포츠'로 분류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부쩍 늘고 있다. 이 덕분에 직장이나 친구, 동네별로 팀을 만들어 축구를 하는 동호회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대구에서 직장 축구 동호회 중 최강은 어딜까. 프로축구에서 1위 팀이 늘 변하는 것처럼 직장 축구 동호회에서도 1위는 딱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대구지역 직장 축구 동호회 최강은 한국델파이의 사내 축구 동호회 '일맥회'다. 이달 5일 끝난 대구시생활체육회 주최 '직장 대항 생활체육대회' 축구 경기에서 일맥회는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대구 각 구군에서 2팀씩, 16개 팀이 출전했다. 일맥회는 최근 5년 동안 각종 대회에 6번 출전해서 6번 모두 입상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대구 직장 대항 생활체육대회에서 2006년·2010년 우승, 2009년 준우승 등 3번, 대구FC컵 대회 2009년 우승, 2008년 준우승 등 2번, 2008년 대구시생활체육연합회장기 3위 등 '출전했다 하면' 입상. 전국 직장인 축구대회 본선에도 몇 차례 올라 8강에 든 적도 있다.

한국델파이 사내 축구 동호회의 힘은 바로 사내 팀 간 경쟁과 회사의 지원에서 나온다. 한국델파이 사내 축구 동호회는 일맥회를 비롯해 스마일, 패밀리, 일구회, 하나회 등 5개나 된다. 역사도 모두 20년이 넘었다. 한 팀당 평균 30~40명으로, 축구 동호인만 200명 가까이 된다. 전 직원이 2천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10%나 축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5개 팀이 20년 동안 선의의 경쟁을 하다 보니 웬만한 대회에 나가 입상하는 것보다 사내 우승이 더 힘들 정도다.

실제 이들은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사내 리그전을 벌인다. 봄엔 한국델파이 축구연합회 회장기, 가을엔 한국델파이 사장기 쟁탈전이다. 봄 우승팀은 그해 직장 대항 체육대회 출전자격을 얻고, 가을 대회 우승팀은 대구FC컵이나 대구시장기 대회에 출전한다. 연합회 회장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올해 19회 대회를 열었다. 일맥회는 올봄 대회에서 우승해 직장 대항 체육대회에 출전했다.

김준태(46·한국델파이 축구연합회 회장) 한국델파이 일맥회 주장은 "사내 축구 클럽이 많고 늘 경쟁을 통해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상위 입상을 도맡아 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축구 동호회가 9개나 됐지만 통합해서 실력 평준화를 시켜 최종 5개로 만들었다. 사내 동호회가 25개 정도 되지만 이 중 축구의 회원 수가 가장 많고, 활동도 제일 활발하다"며 "회사에서 동호회 지원비도 주고 사내에 전용 축구장도 만들어 주는 등 사원들의 동호회 활동을 적극 도와준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인간관계도 원만해지고 적극적이고 활동적이 되다 보니 업무로 연결돼 회사에서도 좋아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델파이엔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축구장이 있다. 길이 130m, 폭 100m 정도로 규모가 웬만한 정식 축구장 부럽지 않다. 5개 팀은 축구장 이용 일정을 짜서 중복되지 않게 훈련도 하고 연습 경기도 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짧게 축구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선 주로 연습 경기나 훈련을 한다. 대회가 없을 땐 5개 팀이 한 달이 한두 번씩 교류전을 하면서 훈련 겸 친선 경기를 하고, 대회를 앞두면 일주일에 두 번씩 전술 훈련과 실전 경기를 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린다.

이곳에 축구 동호회가 처음 만들어진 건 22년 전이다. 회사 건물이 5개로 나눠져 있어 공장별로 팀을 만들어 친선 경기도 하고 직원 간 화합도 하자는 취지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공장마다 직원이 200~300명 정도 되다 보니 볼 기회도 많지 않아 가장 쉽고 자주 접할 수 있는 게 축구였다는 것. 그렇다 보니 축구 동호회엔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지만 현장직이 많다. 실제 축구를 시작하면서 회사 내 활력이 생기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 축구가 좋아서 활동을 하다 보니 선후배 간에 유대 관계도 좋아지고 대화도 잘 통하는 등 동료애가 생겨 회원들도 대만족이다.

김준태 주장은 "사내에서 축구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건강, 체력 증진에 도움이 돼 좋고, 직장 생활에선 동료애가 생겨 화합, 친목 도모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한국델파이가 축구를 잘하는 비결은 선수 출신 직원(감독)의 지시에 잘 따라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회원 간 단결이 잘 되기 때문이다. 11명이 모두 아무리 축구를 잘 해도 팀워크가 없으면 우승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건 팀 화합으로, 우리 팀이 우승했다는 것은 화합도 최고라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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