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후 5일 이내, 배송전표 등 챙겨야 교환 수월
서로 정을 나누는 풍성한 한가위 명절. 많은 선물이 오고 가지만, 문제는 이런 선물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고심 끝에 마련한 선물이, 알고보면 불필요한 선물인 경우도 꽤 많은 것.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매출이 상승하는 명절 단대목을 맞이해 즐겁기도 하지만 각종 환불·교환 민원에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말 필요하지 않은 명절 선물이라면 잘 보관해뒀다 환불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 때 명심할 점은 '제대로' 보관해 상품성에 손상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환불·교환 천태만상
지난 설 즈음 40대 여성이 캔 선물세트를 들고 백화점 고객 상담실을 찾아갔다. 선물 받은 제품인데 필요가 없으니 환불해 달라는 것. 하지만 바코드를 찍어 확인해 본 결과 그 제품은 마트에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관계자는 "동일한 업체의 비슷한 상품구성의 선물이라고 할지라도 백화점과 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그 여성은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며 환불을 요구했다.
가장 곤란한 경우는 선물을 보낸 이가 포장지만 백화점 것을 사용한 사례다. 백화점에서 십수년을 근무한 직원은 "백화점 포장지와 쇼핑백으로 재포장한 마트 제품을 가지고 와 교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꽤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번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선물을 교환하러 온 고객이 있었는데 백화점 직원과 한참을 승강이 한 끝에 결국 선물을 보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했더니 마트 상품으로 밝혀진 경우가 있었다"며 "아마 두 사람 사이의 서먹함이 꽤 오래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 직원들을 당황하게 하는 고객은 먹다 남은 고기나 과일, 생선 등의 선물을 가져와 교환 혹은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다.
한 고객은 "명절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며 먹다가 절반쯤 남은 한우를 가져와 교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상온에서 상당 시간을 보관해 육즙이 흥건이 새어나와 있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교환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보관 과정에서 상한 과일을 가져와 교환해 달라는 고객, 실컷 먹다가 고작 몇 개 남은 과일을 가져와 당도가 떨어진다고 교환해 달라는 고객 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곽경석 파트리더는 "1년 동안 선물상품 교환 형태를 보면 전체 판매상품의 10~15%는 교환이나 환불로 이어진다"며 "문제는 올바른 교환이나 환불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품의 손상이나 변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떼를 쓰는 고객들 때문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선물 교환 요령
사실 이미 배달된 제품에 대해서는 환불이 불가능하다. 대신 일부 상품성이 훼손되지 않은 선물에 대해서는 동일 가격대의 제품으로 교환을 요구할 수는 있다.
다만 이 때는 시간이 너무 오래 경과되면 곤란하다. 특히 명절에 판매된 선물의 경우 추석 이후에는 백화점 매장에서 물건을 철수하는 경우가 많아 명절 연휴 이후 닷새 이내에 교환을 요구해야 한다.
교환을 하더라도 육류와 생선, 과일 등 신선식품은 환불 품목에서 제외된다. 개봉 후에는 재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열흘 이상 앞당겨지면서 낮 기온이 높아 보관 과정에서 상품이 변질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선물을 교환할 때는 포장지와 쇼핑봉투, 상품에 부착된 배송전표를 꼭 지참해야 한다. 영수증이 없기 때문에 특정 장소에서 판매된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공산품이라 할지라도 대량구매로 할인된 상품이나 10+1, 5+1 등 행사품목의 경우, 할인율만큼 가격이 할인된 수준에서 교환가격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불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선리콜'제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육류나 과일, 생선 등의 신선식품에 대해 고객에게 배송되기 전 미리 내용을 알려주고 교환여부를 확인한다. 배송을 위해서는 고객의 주소 확인과 함께 방문 시간 등을 알려주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단계에서 미리 선물 정보를 알려주고 원치않는 상품일 경우 동일 금액의 다른 제품으로 교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선물, 제대로 보관해주세요.
과일, 어류, 육류 등 추석 선물은 상품의 특성상 보관 방법이 각기 다르다. 너무 차거나 뜨거운 상태로 보관하면 원래의 맛을 잃어버리기 쉬운 것.
추석 선물 보관에는 일반 냉장고보다 김치 냉장고가 제격이다. 대부분의 일반 냉장고는 저장고 내부의 냉기를 순환시켜 냉각하는 간접 냉각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온도 편차가 크고 수분 관리에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음식의 신선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장기보관에 한계가 있는 것. 반면 저장고 자체를 냉각해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는 직접 냉각방식의 김치냉장고는 김치뿐만 아니라 육류와 채소, 건어물 등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육류는 냉장고의 냉동실에 보관해도 시간이 지나면 변색된다. 변색 없이 오랫동안 보관하려면 식용유나 올리브 기름 등을 살짝 바른 다음 은박지에 싸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좋다. 기름코팅이 보호막이 돼 세균 침투를 막아 보관 기간이 길어진다. 양념을 해서 보관하는 것도 보존 기간을 늘려준다.
생선 등 어류를 보관할 때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장을 제거하고 물로 씻은 생선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소금을 뿌려 랩으로 싸야 상하지 않는다. 토막 낸 생선은 바로 냉동 보관하는 것 보다는 밀폐용기에 맛술을 약간 뿌린 후 거즈로 생선을 감싸서 보관하면 신선함이 오래 유지된다.
햇과일은 상대적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만큼 모양과 맛의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 껍질을 벗긴 제수용 사과는 변색 방지를 위해 레몬즙을 섞은 설탕물에 담갔다가 꺼내 보관하면 좋다. 특히 사과의 경우 다른 과일과 함께 보관할 경우에는 사과 산성 성분이 다른 과일의 부패속도를 빠르게 하기 때문에 별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또 화고(말린 표고)의 경우 그늘지고 건조한 곳에 둔다면 상당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수삼의 경우는 랩 등을 씌워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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