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독소만 없애도 S라인 된다?…디톡스 열풍

과도한 체중이 늘 고민인 김수영(24·여) 씨는 최근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는 다이어트법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 '솔트' 촬영에 앞서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로 10㎏을 감량해 화제가 됐다. 비욘세도 2006년 영화 '드림 걸스' 배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같은 방법으로 10㎏ 가까이 감량했다. 일정 기간 레몬·생수·시럽 등을 섞어 만든 음료(레몬 디톡스)를 섭취하는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과 함께 몸속 노폐물 배출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살을 빼기 위해 온갖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로 효과를 본 친구의 권유에 따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톡스가 유행하고 있다. '해독'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detoxification)에서 유래한 디톡스(Detox)는 인체에 축적된 독소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 디톡스는 최근 몇 년 사이 건강관리의 키워드로 꼽힐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다. 인기를 반영하듯 다양한 디톡스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올 추석에는 디톡스 마사지 상품이 추석 선물로 등장했다. 고객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디톡스 마케팅도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다이어트

디톡스 열풍이 가장 강하게 부는 분야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50년 전 미국의 한 자연요법 전문가에 의해 위궤양 치료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요즘에는 다이어트 요법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네이버 카페(cafe.naver.com/lemondetox)에만 2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돼 있을 정도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의 기본 프로그램은 5~10일 동안 음식보다는 주로 레몬 디톡스 음료를 마시는 것. 레몬 디톡스 음료만으로 1주일 이상 다이어트에 전력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짧게 반복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주말 동안 레몬 디톡스 음료만 마시는 주말 프로그램은 여러 번 반복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영양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을 한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 촬영 도중 호흡 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와 함께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또 다른 다이어트법은 타하라 디톡스 다이어트다. 한방에서 많이 실시되는 타하라 디톡스 다이어트는 보통 식사량을 줄이는 감식기(1주)→절식기(2주)→회복기(1주) 순으로 진행된다. 절식기에는 음식 대신 발효 한약을 먹는다. 발효 한약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장 운동을 촉진시켜 숙변 배출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타하라 디톡스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것뿐 아니라 독소 제거, 체질 및 식생활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연아 공덕한의원 원장은 "타하라 디톡스 다이어트는 위장에 휴식을 줘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는 다이어트법이다.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법과 달리 수시로 몸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다이어트를 마치고 나면 입맛이 변하기 때문에 요요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처방을 잘 따라하면 한 달여 만에 체중 감량뿐 아니라 위장 장애, 피부 질환 치료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식품

화장품에도 디톡스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디톡스 기능을 앞세운 화장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한 달 전 유니베라는 프리미엄 디톡스 남성 화장품을 내놓았다. 약용식물 성분이 함유돼 있어 스트레스와 각종 유해 환경에 노출된 남성 피부에 활력을 주고 독소를 정화시켜 준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라미화장품도 각질 제거용과 세안용 디톡스 제품을 출시했다. 비오템은 투명한 피부톤을 유지해 주고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메이크업 베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머드축제로 유명한 충남 보령의 머드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청운대 보령머드RIS사업단은 올봄 디톡스 머드팩이 포함된 프리미엄 화장품을 선보였다.

식품업체들의 관심도 디톡스에 쏠리고 있다. 던킨도너츠는 차를 많이 마시면 노폐물이 배출되고 면역기능도 향상된다는 점에 착안, 차 음료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던킨도너츠의 차 음료는 고흥 유자·광양 매실·보성 녹차 등 정부에서 인정한 지역 특산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삼립식품의 떡 프랜차이즈 빚은은 대표적인 디톡스 과일로 분류되는 블루베리를 첨가한 케이크로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산 쌀과 크랜베리로 만든 떡케이크 시트 사이에 블루베리 잼을 바른 '새콤베리떡케이크'는 기존 떡케이크의 단조로운 맛 대신 새콤·달콤·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아도 올여름 블루베리를 이용한 '베리빙수'를 선보여 디톡스 마케팅에 합류했다.

◆생활 속 디톡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도 디톡스 효과를 볼 수 있다. 과식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 과식을 하면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산소 생성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음식은 인스턴트를 피하고 슬로 푸드를 섭취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품 섭취만 줄여도 살이 빠지고 아토피·천식 등의 질환이 낫는 경우가 많다.

디톡스 효과를 가진 슬로 푸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녹차다. 타닌과 아미노산·무기질·섬유소·엽록소 등이 풍부한 녹차는 다이옥신의 흡수를 억제하고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다이옥신은 내분비계 기능을 저해하는 환경호르몬이다.

미역은 중금속 배출 효과가 뛰어난 음식이다. 미역에 많이 들어 있는 알긴산은 중금속뿐 아니라 농약·환경호르몬·발암물질까지 배설시키는 기능을 한다. 굴이나 전복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아연도 체내에 쌓여 있는 납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마늘은 유황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몸속의 수은을 배출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유황 성분은 몸속에서 수은과 결합해 장을 통해 배변된다. 향긋한 내음이 입맛을 돋게 하는 미나리는 가래를 가라앉히고 매연이나 먼지로부터 폐와 기관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유황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즙으로 마시면 중금속 배출 효과도 볼 수 있다.

돼지고기도 디톡스 음식으로 분류된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미세 먼지에 포함된 카드뮴이나 납 등을 배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돼지고기 속 불포화 지방산이 폐에 쌓인 공해물질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먼지를 많이 마시거나 황사가 심한 날 삼겹살을 먹는 이유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많이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밖에 콩·두부·보리·청국장 등을 자주 먹으면 대소변이 원활해져 독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톡스 과신은 위험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디톡스 화장품을 과대광고한 혐의로 국내의 한 화장품 회사에 광고정지 처분을 통보했다. 디톡스 열풍이 불면서 디톡스 제품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디톡스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디톡스 요법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심리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실제로 독소가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인체는 스스로 유해물질과 독소를 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따로 해독하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의 젊은 과학자들로 구성된 '젊은 과학의 소리'는 비타민·샴푸·생수 등 15가지 디톡스 제품을 분석한 결과 해독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젊은 과학의 소리'에 따르면 화장독을 제거한다는 한 유명 업체의 세안제는 기존 세안제와 기능면에서 차이가 없었으며, 해독 작용이 있다는 식이요법 제품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젊은 과학의 소리'는 "업체들이 디톡스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 여러 업체에 문의해 봤지만 디톡스의 개념이 뭔지 통일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디톡스 요법을 너무 믿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연아 공덕한의원 원장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디톡스 요법이 만병통치약처럼 과대포장된 면이 있다. 지나친 상업화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민간에서 무분별하게 실시하고 있는 디톡스 요법은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