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지 파동에 대책도 없이 헛심만 빼나

입력 2010-09-18 07:19:45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검사 기준이 잘못됐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서자 서울시가 재공박하면서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식품의 중금속 오염 여부는 소비자는 물론 관련 업계에 심각한 파장을 낳는다는 점에서 발표와 함께 사후 처리도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두 기관이 검사를 둘러싼 협의는 내팽개치고 서로 옳다며 날 선 공방부터 벌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식약청의 지적대로 서울시가 검사 과정에서 오류를 감안하지 않은 채 다소 과장된 결과를 발표해 비판을 자초했을 수는 있다. "낙지는 머리뿐 아니라 전체를 요리해 먹기 때문에 미량의 중금속이 있다 해도 매주 한 차례 먹는 것은 큰 탈 없다"는 식약청의 입장이나 전문가들 말처럼 별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에 중금속이 조금이라도 검출됐다면 마땅히 두 기관이 협력해 정밀 재조사를 벌이는 것이 우선이고 그 결과에 따라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예방책 등 대책을 찾는 게 바른 순서가 아닌가.

게다가 부산환경운동연합도 16일 시중에 유통되는 꽃게와 대게 내장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상황이다. 대게 내장 4개 표본 중 3개에서 나온 카드뮴이 기준치의 9~22배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꽃게 내장에서도 기준치의 0.6~5.2배 넘게 나왔지만 대게'꽃게의 살은 기준치 이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식약청은 대게'꽃게의 경우 살을 주로 먹지 내장은 잘 먹지 않는다고 반박할 것인가. 식약청의 이의 제기에 서울시가 "식약청의 안전 관리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고 다시 반박한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식품이나 의약품 등에 포함돼 있는 각종 오염'독성 물질의 경우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엄정한 관리 기준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과도한 우려나 공포심을 막기 위해 정부가 허용 기준치를 정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낙지 파동이 지나치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시와 식약청은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하게 표본을 뽑아 정밀 검사한 후 그 결과를 조속히 공표해야 한다. 그래야 어민'상인들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게와 같은 갑각류는 식품 안전을 위한 별도의 중금속 기준치도 없는 상태다. 당국이 할 일은 이런 허술한 관리 기준부터 정비하고 종합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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