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명분보다 '청문회 통과' 실리 불가피

입력 2010-09-17 10:22:04

김황식 인선 배경 및 전망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새 국무총리 내정자로 김황식(62) 감사원장을 발탁한 것은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공정 사회'의 실현을 위한 선택이란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하지만 안정적 국정 운영과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더 정확한 인선 이유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청와대는 이날 인선 보도자료를 통해 "38년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청렴성·도덕성을 바탕으로 성실성을 인정받아 공직사회에 귀감이 되는 훌륭한 분"이라며 "공정한 사회를 통해 기회 균등의 헌법 정신을 구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선 결과를 발표한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법관과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흠 잡을 데 없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공정한 사회'와 부합되는 훌륭한 분이라고 판단, 이 대통령이 직접 김 내정자를 설득해서 확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무사 통과라는 현실적 문제가 가장 큰 고려사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하자가 드러나 인사청문회에서 연거푸 낙마할 경우 국정 운영의 결정적 타격 및 조기 레임덕의 가시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 개선을 통해 '모의 청문회'까지 도입한 터라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내정자가 전남 출신이라 민주당 등 야당의 공격이 무뎌질 것이라는 '기대'도 섞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이날 "영남 독식 인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인품도 훌륭하고 나름의 도덕성도 겸비한 분으로 알고 있지만 적격성 여부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내정자였던 김태호(48) 전 경남지사가 세대 교체 콘셉트였다면 김 내정자는 안정적 관리형으로 풀이된다. '대권 주자형'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한나라당 내 친박계의 반발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스로를 '소외계층을 보듬는 중도저파(中道低派)'로 소개하고 있는 김 내정자를 택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덜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가 거의 모든 공직을 법조계에서 보냈기 때문에 총리로서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달 말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17일 국회에 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 전에 인준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7월 29일 정운찬 전 총리가 공식 사퇴를 밝힌 지 총리 자리가 49일째 공석이기도 하지만 공석인 외교통상부 장관 등도 새 총리가 제청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다.

한편 임태희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오전 후보군 중 최우선 순위자였던 김 내정자에 대해 모의 인사청문회를 실시, 전원 찬성으로 이 대통령에게 김 내정자를 단수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2008년 김 내정자의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대학원 재학 자녀의 학비 소득공제 ▷가족 2명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증여 여부 ▷본인 병역 면제 사유 등은 충분히 소명돼 총리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초 김 내정자가 모의 청문회 결과 적합하지 않았다면 차순위자 순으로 모의 청문회를 다시 진행키로 했었다"며 "김 내정자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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