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800 돌파하자 이당 2조520억원 빠져…대기자금만 최대 20조
주가가 오르면서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돌파하자 기다렸다는 듯 '본전 찾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상당수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펀드 환매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환매된 펀드 자금이 랩어카운트나 ELS 등 증시 주변에 머물고 있어 환매 행렬이 주가의 발목을 잡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너도나도 '본전' 찾자
주가가 1,8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거침없는 유출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서 '본전'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서둘러 펀드를 환매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는 4천15억원이 순유출됐다. 전일 5천300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환매 행렬은 여전하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2조520억원이 빠져나갔다.
지역의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세도 주가 흐름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700선 후반에서 박스권에 갇혀 있던 이달 초 수익증권 환매규모는 80억원대에 그쳤지만, 1,800선의 턱밑까지 올랐던 이달 6일과 7일에는 각각 132억원과 140억원이 환매됐다. 잠시 주춤했던 펀드 환매는 2년 3개월 만에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넘었던 10일 다시 166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주가가 1,823으로 뛰었던 15일에는 무려 241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수익증권 총잔액도 이달 1일 2조6천240억원에서 보름 만에 2조5천787억원으로 534억원 감소했다.
펀드 대량환매가 이어지면서 증시는 발목이 잡힌 형상이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로 장을 시작했다. 외국인의 사자세? 매도세? 기관은~~. 개인은 ~~. 16일에도 코스피지수는 12.03포인트(0.66%) 내린 1,811.85에 머물렀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약해졌고, 펀드 환매에 따른 투신사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펀드 환매, 연말까지 이어질 듯
펀드 환매세는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1,900∼2,000선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인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800선 이상에서 환매를 기다리는 펀드가 많게는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조원이 모두 환매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 1,600~1,700대 박스권에서 손실을 보고 환매를 한 투자자들이 많은데다 1,800선 이후에는 환매 욕구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현철 메리츠종금증권 펀드연구원은 "연초 이후부터 이어진 펀드 환매로 환매대기 자금은 이미 충분히 소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환매가 이어지겠지만 길어도 연말 이전에는 대량 환매행렬이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펀드 환매 행진이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랩어카운트와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 등으로 옮겨가는 등 증시 주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연기금 등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는 외국인 이외에도 국내 수급에서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수급주체로 등장하는 두 가지 세력, 랩어카운트와 연기금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지수 하락의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9월 대구은행 수익증권 환매 및 코스피지수 변동추이(억원) 자료:대구은행
날짜/총잔액/환매규모/코스피지수
1일/26,244/85/1,764
2일/26,260/82/1,775
3일/26,252/81/1,780
6일/26,210/132/1,792
7일/26,162/140/1,787
8일/26,149/110/1,779
9일/26,053/161/1,784
10일/25,951/166/1,802
13일/25,897/125/1,818
14일/25,889/76/1,815
15일/25,787/241/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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