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배효태씨네 벌초 풍경
"예초기를 돌리느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지만 조상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친척들 간에 우애를 다지는 기회도 됩니다."
한 할아버지 아래 번창한 20여 명의 후손들이 벌초를 기회로 한자리에 모여 몇 년째 정나눔의 마당을 펼쳐가고 있는 경산시 용성면 곡란리 배효태(62) 씨 가족의 벌초 현장을 찾았다.
하루 종일 무거운 기계에 시달리고 땀에 흠뻑 젖어 피곤이 밀려오지만 가마솥 한가득 끓여 낸 얼큰한 추어탕을 받아들면 그날의 피로는 소리 없이 사라진다.
이들 집안의 하루 벌초 양은 무려 7곳 50여 기. 그것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요즘엔 예초기가 있어 당일 행사가 가능해졌지만 20여 년 전에는 낫 하나만으로 무려 2박 3일에 걸쳐 벌초를 해 왔다는 70이 넘은 사촌 형님의 한마디에 옛날 어려웠던 시절의 애환이 느껴진다.
"옛날 우리 집안의 할아버지는 나이 40에 서원 선생님을 하셔서 그런대로 잘나가는 집안이었는데 한 학동이 멱을 감다 물에 빠지자 할아버지가 아이를 구하고 돌아가신 후 가세가 기울어졌다"는 옛 이야기에 그간 후손들이 겪었을 객지 생활의 어려움도 함께 녹아있다.
집안의 벌초행사는 매년 음력 8월 1일이 들어있는 첫째 일요일로 정해놓고 있다. 오전 8시 각자 자기 부모의 벌초를 끝낸 후 할아버지의 묘소에 모여 오전 벌초를 마친다. 추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청도 동곡리로 옮겨 문중 조상님들의 벌초를 끝낸다. 오후 4시쯤에 경산에 다시 모여 메기 매운탕과 막걸리로 차려진 저녁상을 받으면 벌초행사가 마무리된다.
"지금이야 나이 든 우리가 있으니 이렇게 온 집안이 모여 벌초가 이루어지지만 다음 세대엔 이런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어른들의 한숨 속에서 세태 변화에 따른 아쉬움이 묻어난다.
글·사진 배효도 시민기자 amysg@hanmail.net
멘토: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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