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들여다보기] 내 맘대로 베스트10 - (2)김종욱 찾기

입력 2010-09-16 13:59:32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모범답안

뮤지컬 는 창작뮤지컬계의 블루칩 장유정 작가의 작품으로 '첫사랑'이란 단어가 주는 설렘임과 아기자기한 이야기 구성이 돋보인다. 모티브가 재미있다. 2001년 겨울, 작가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남자를 보면서 '저 남자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2006년 6월 초연 이래 현재까지 높은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지난해 1천 회 공연, 15만 관객을 돌파한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흥행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모범답안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범적인 제작시스템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CJ엔터테인먼트의 '뮤지컬 쇼케이스'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어 창작자, 제작자, 투자자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완성된 작품이다. 는 철저히 관객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뮤지컬 동호회를 대상으로 뮤지컬 배우 선호도 조사를 해서 캐스팅에 반영하고 첫사랑에 관한 관객 사연을 접수받아 홍보 카피 문구, 포스터 이미지 제작, 그리고 무대 디자인에까지 반영하는 등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작품을 수정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의 재미, 멀티맨의 대활약

첫사랑 김종욱에 대한 그리움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찾은 한 여자와 그 첫사랑을 찾아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새로운 인연을 코믹하면서도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다. 이쯤에서 뻔한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뮤지컬을 맛깔나게 하는 것은 1인 22역을 소화하는 멀티맨이다. 아버지, 점쟁이, 스튜어디스, 인도여행 가이드, 다방 레지 등으로 숨가쁘게 변신하는 멀티맨의 대활약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제 멀티맨의 활용은 소극장 뮤지컬에 있어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버렸다.

또한 뮤지컬의 장점을 활용해 대사 한두 마디와 간단한 무대 전환만으로 사무실, 인도, 비행기 안, 술집으로 변하는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세밀한 심리묘사도 의 장점이다.

그동안 오만석, 엄기준, 신성록, 김무열 등 현재 뮤지컬 스타로 유명해진 배우들이 한 번씩 거쳐 간 작품으로 앞으로 어떤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해 스타로 등극할지 점쳐 보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유난히 배우들이 바뀔 때마다 '보고 또 보고' 관객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의 가장 큰 미덕은 가격이나 내용면에서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사랑과 인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영화로 옮겨지는 첫 창작뮤지컬

외국에선 등 인기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진 예가 있지만 국내 창작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남녀 주인공으로는 공유와 임수정이 캐스팅되어 올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현재 촬영 중이다. 이미지 캐스팅으로는 괜찮은 조합인 것 같다. 멀티맨이 맡았던 역할은 영화의 특성상 각각 다른 배우들이 맡게 되겠지만 시나리오상의 비중에 따라 유명인의 까메오 출연이나 2, 3가지 역할은 멀티맨 역할로 만들어 보는 것도 뮤지컬 팬들을 위해서는 재미있는 연출이 될 것 같다.

의 영화제작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 '무비컬'과는 반대로 뮤지컬의 '원소스 멀티유스'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고 초기 제작비가 많이 투자되는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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