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분 돋워줄 추석 스크린, 온 가족 까르르 코미디 천국
명절 대목을 맞아 추석 극장가에 다양한 영화가 내걸렸다. 이번 주만 9편이 개봉돼 개봉관 잡기 전쟁에 들어갔다. 잔혹 영화가 주름잡았던 여름 극장가와 달리 추석 극장가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가 강세다. '퀴즈왕'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김태희 주연의 '그랑프리' 등 한국 영화만 6편이 개봉했다. 이외 할리우드산 액션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포진해 가족 단위의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한국 영화 "추석극장가 내가 평정한다."
장진 감독의 '퀴즈왕'은 우연히 누적 상금 133억원의 마지막 문제를 알게 된 상식 제로인 사람들의 도전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장진 감독 특유의 위트 넘치는 대사와 코믹한 상황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한밤중 4중 추돌사고가 일어나고 이 사고로 한 여자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간다. 떼인 돈 받아주는 2인조, 말다툼하던 부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아버지와 아들에 폭주족 단속에 걸린 중국집 배달원까지 가세하면서 경찰서는 아수라장이다. 피해 여성의 신분을 확인하려고 소지품을 뒤지다 'Q30'이라고 쓰인 문제 하나를 발견한다. 상금 133억 원짜리 퀴즈쇼의 마지막 30번째 문제였던 것. 1년 넘게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를 알게 된 사람들은 29번 문제까지 맞히면 133억원을 딸 수 있다는 계산으로 저마다 벼락치기 공부 끝에 퀴즈쇼에 참가한다. 순 제작비 3억5천만원의 저예산 영화. 그러나 김수로, 송영창, 한재석 등 유명 배우들이 수익이 나면 배분하기로 하고 출연했다. 장진 감독도 강력계 마반장으로 얼굴을 비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1분.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해 대신 사랑을 이뤄주는 연애특급작전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병훈(엄태웅)은 연극 제작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민영(박신혜), 철빈(박철민) 등과 함께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만든다.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해 온갖 작전을 이용해 사랑의 결실을 보게 해 주는 에이전시다. 제목은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 쥬락'에서 따왔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시라노가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위해 연적을 대신해 연애편지를 써준다는 희곡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2005년)로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감수성 예민하게 그려낸 김현석 감독이 연출했다. 이번에도 가벼우면서 느낌이 있는 러브 스토리를 풀어낸다. '방자전'에서 변학도 역할을 한 송새벽의 어눌한 연기가 초반 웃음을 책임진다. 12세 관람가. 117분.
'그랑프리'는 사고로 말을 잃고 실의에 빠진 기수의 재기를 그린 영화. 경주 도중, 사고로 말과 자신감까지 잃게 된 기수 주희(김태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우석(양동근)을 알게 되고, 그의 격려와 도움으로 다시 한 번 달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바람의 파이터'를 연출한 양윤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12세 관람가. 109분.
'무적자'는 1980년대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스토리는 원작과 거의 동일하다. 어릴 적 헤어진 형제 혁(주진모)과 철(김강우). 형 혁은 무기밀매 조직의 보스로, 동생 철은 경찰로서 마주한다. 그 어떤 형제보다 서로를 위했던 두 형제는 이제 서로의 심장에 총을 겨누게 된 적으로 맞선다. 10년째 뜨거운 우정을 쌓으며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는 쌍포 혁과 영춘(송승헌).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두 친구는 조직원이었던 태민(조한선)의 비열한 계략에 넘어가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혁, 조직을 검거하려는 철, 다시 한 번 부활을 꿈꾸는 영춘. 깊은 상처와 오해로 어긋난 이들은 모든 것을 손에 쥐려는 태민의 음모에 휘말려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다. 원작이 홍콩 반환을 앞둔 불안한 심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무적자'는 북한 출신으로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코트 자락을 휘두르며 총을 쏘는 원작의 비장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원작을 보지 못한 신세대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올 액션영화다. 15세 관람가. 127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도 16일 개봉했다. '주문을 외울 날' '키스 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라는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주요인물들이 서로 연결된 특유의 홍상수식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 80분. 박동훈 감독의 '계몽영화'도 서울에서는 연휴 기간에 개봉하지만 대구는 다음 주쯤 예술영화전용관(동성아트홀)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할리우드 영화 "나 좀 봐줘!"
통상 대작 하나쯤은 개봉되던 할리우드 영화가 올해는 약세다.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액션영화 '레지던트 이블 4:끝나지 않은 전쟁 3D'와 애니메이션 두 편이 고작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동명의 비디오게임을 바탕으로 2002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세계적 성공을 거두면서 후속편을 잇달아 내놓았다. 2007년 3편이 나온 뒤 3년 만에 새로 만들어진 4번째 이야기는 도쿄와 알래스카,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T-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지구.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여전사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는 거대한 반격을 준비하지만 엄브렐라가 탄생시킨 새로운 크리쳐와 최강 언데드들은 상상 이상의 파워로 그들을 공격한다. 이미 보여 줄 것은 모두 보여준 전편들과 크게 색다른 것은 없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맞춰 3D로 제작된 것이 다를 뿐. 1편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폴 W.S. 앤더슨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아 아내 요보비치(지난해 결혼)의 액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96분.
◇가족용 애니메이션 "여기요! 여기!"
할리우드의 가족용 애니메이션도 잇따라 선보인다. 아이스에이지 제작진이 만들어 미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슈퍼배드'는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는 그루가 세 소녀를 맡게 되면서 겪게 되는 소동을 담은 영화다. 상반기 미국에서만 2억3천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빅히트작이다. 최고의 악당을 꿈꾸는 남자와 빨리 입양돼 부모를 갖고 싶어하는 세 자매가 엮어가는 이야기다. 최고의 악당이 되고 싶은 그루. 하지만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젊은 악당들에게 밀려 퇴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그루는 사물을 작게 만들 수 있는 '축소 광선'을 훔쳐서 달을 훔치려는 야심에 찬 계획에 도전한다. 전체 관람가. 95분.
한국 3D 전환 업체인 스테레오픽처스가 3D 컨버팅작업(2D로 찍은 영화를 3D로 바꾸는 작업)을 한 '캣츠 앤 독스 2'도 추석 극장가를 찾았다. 2001년 개봉한 전편과 마찬가지로 개와 고양이의 전쟁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개와 고양이의 전쟁이 끝나고 잠깐의 휴전으로 찾아온 평화. 그러나 한 광기 어린 고양이가 복수의 발톱을 갈고 있다. 한때 고양이 정보국에 몸 담았던 키티는 숙적인 개 종족은 물론 동료였던 고양이와 인간들까지 제거하고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음모를 계획한다. 전체 관람가. 82분.
이외 우에노 주리 주연의 '노다메 칸타빌레 Vol.1'과 설경구 주연의 '해결사', 지브리의 신작 애니메이션 '마루밑 아리에티'도 지난주 먼저 개봉해 연휴 특수를 노린다.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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