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한국영화 특선 '내 마음의 풍금' 12일 오후 11시

입력 2010-09-11 10:16:25

강원도 산속 마을 산리. 그곳에 사는 17세 소녀 홍연(전도연 분)은 늦깎이 초등학생이다. 어느 날 길 모퉁이에서 산리초등학교로 부임한 21살의 총각 선생님 강수하(이병헌 분)와 우연히 마주친 후, 홍연은 그를 짝사랑하게 된다. 수하를 보기 위해 수업이 끝난 후에도 교실 주변을 맴돌고 그에게 제출되는 일기장에는 수줍은 사랑의 고백들로 가득하지만 수하는 홍연의 마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겨 버린다. 오히려 수하는 아름다운 동료 교사 양은희(이미연 분)에게 호감을 가지고, 홍연의 바람과 달리 수하와 양은희는 시간이 갈수록 가까워진다. 두 사람이 함께 풍금을 연주한 모습은 학교의 악동들에게 화장실의 좋은 낙서 거리가 된다. 수하는 은희에게 LP판을 선물하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 홍연은 엘피 대신 엘프를 중얼거린다.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던 날, 홍연은 밤새 비를 맞는다. 그러나 얼마 뒤 양은희는 서울의 약혼자를 따라 유학길에 오른다.

첫사랑의 아픔을 겪는 수하는 괴로워하지만 홍연의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마침내 일 년이 지나가고 학예회 연습을 하던 중, 아이들의 장난으로 강당에 화재가 발생한다. 강당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수하, 홍연도 그의 뒤를 따라 뛰어 가는데….

1960년대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이곳에 부임한 총각 선생과 그를 짝사랑하는 여제자와의 애틋한 사랑과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정적인 시대극이다. 작가 하근찬의 원작 소설 '여제자(1981)'를 각색해 영화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눌한 총각 선생 이병헌과 정말 초등학생같이 분한 전도연, 세련된 미모의 여선생 이미연, 각기 개성 있는 조연들, 산골 마을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영상과 음악 등 정성이 가득한 수준급 작품이다.

영화에선 강렬한 눈매와 터프한 남자의 대명사 이병헌을 모처럼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순수하면서 천진난만한 전도연의 연기도 일품이다. 이 영화는 제37회 대종상에서 전도연이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2개 부문(각색상)을 수상했다. 제4회 쉐르미 다모레영화제 작품상과 관객상도 수상. 1998년작, 영화 길이 132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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