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이성에 관심 학력 저하…지도 불편 반대: 통학불편, 정착단계 왔는
대구시교육청이 최근 대구의 일부 남녀 공학 고교에 대해 남고 또는 여고로의 단성고(單性高) 복귀를 추진 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시교육청이 밝힌 단성고 전환 검토 대상 학교는 모두 5개교로 이 중 덕원고와 남산고는 학교, 학부모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 남녀공학 정책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도입된 시기는 1998년 초.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중·고교 남녀공학 확대 방안'을 전국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면서 공학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나면서 남녀공학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단성고 복귀, 왜?
단성고 추진의 가장 큰 배경은 학력이다. 2003년 공학으로 전환된 남산고(구 남산여고)의 조해룡 교장은 "당초 공학은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학생들의 통학불편을 해소하고 이성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학습 동기를 유발하자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전혀 달랐다"고 지적했다.
조 교장이 제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영역별 1~4등급 비율'(2005~2009)에서 나타나듯 언어, 수학, 외국어 등 거의 전 영역에서 공학이 남고 또는 여고에 비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이성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데다, 우수 중학생 학부모들이 공학 입학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남산고가 최근 신명여중과 대구동중학교 등 인근 중3 학생,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공학에 부정적인 응답이 학생 48%, 학부모 65%로 나타났다. 공학 반대 이유로는 '학습 분위기'와 '내신 관리'의 불리함을 꼽았다. 특히 남학생들의 내신이 더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수능과 달리 일정 범위 안에서 문제가 출제되는 학교 시험에서는 차분하고 착실한 여학생들이 대체로 유리한 것 같습니다. 가족신문 만들기나 한자 써오기 같은 수행평가도 여학생들이 더 꼼꼼하게 해오니까 더 좋은 점수를 받고요."
덕원고 이성한 교장은 "졸업식 때 장학생에게 주는 상은 대부분 여학생들의 몫"이라며 "수능 성적은 남학생이 낫고, 내신은 여학생이 낫다 보니 어느 쪽도 대입에서 절름발이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불만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견해도 많다. 여학생이 더 열심히 하니까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것. 하지만 공학 내 남녀 학생 간의 내신 격차는 이미 개인 간의 차원이 아니라 집단 간의 차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다.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도 공통적으로 꼽는 단성고 복귀의 이유다. 한 공학 고교 교사는 "가령 두발 길이만 해도 여학생은 어깨선에 맞추지만 남학생은 더 짧게 요구하는데 이를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남학생들이 있다. 또 남교사가 여학생을 생활지도하는데 있어서 아무래도 행동이나 말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같은 공학 학교 안에서도 남녀 비율이 서로 다르다 보니 반 배정이 어렵고, 이 때문에 대부분 공학 고교들이 남녀 학생이 섞인 '혼반'보다는 '별반'으로 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성고 복귀' 실현 가능성은?
대구시내 공학 학교는 58개 추첨배정고교(일반계고 중) 중 28개다. 2008년부터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일어난 단성고 복귀는 우동기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불붙었다.
해당 학교들은 이르면 2013학년도 학생 모집을 목표로 단성고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학생 배정도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덕원고 관계자는 "남녀 학생 비율이 덕원고는 9개반 대 5개반인 반면 인근의 시지고(공립)는 5개반 대 7개반"이라며 "한쪽은 남고로, 다른 한쪽은 여고로 전환해도 큰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남산고 관계자도 "남산고 인근의 사대부고, 수성고를 비롯해 경신, 오성 등 학교들이 많고, 특히 내년부터 경일여고가 자사고로 운영되면 그곳에 가지 못하는 상동, 파동, 이천동 등의 여학생들을 남산고로 수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성고 복귀는 순탄치 않다. 일부 고교를 제외하고는 공학이 비교적 정착된 것으로 평가하는 층이 많기 때문. 시교육청 김무완 학교운영지원과장은 "공학 1개교가 있으면 남고 또는 여고 등 2개 학교 몫을 하는데 공학이 단성으로 바뀌면 한 성의 학생들은 먼 곳에 있는 학교로 통학해야 한다. 또 단성고 복귀를 위해선 학교 재학생·학부모·동창회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공감대도 있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 단성고 복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되 과반수 이상의 상당한 동의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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