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비극적인 칠레 대통령 아옌데

입력 2010-09-11 07:37:50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는? 정답은 칠레다. 이 나라에는 현대사의 질곡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

아옌데는 비극적인 최후를 마친 대통령이었다. 1970년 소아과 의사 출신의 아옌데가 당선되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세계 최초의 사회당 대통령이었다. 혁명보다는 제도권의 틀 안에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은 정치인이었다. 구리광산'은행의 국유화, 토지개혁, 어린이에 대한 무료 우유배급을 시작했지만 경제는 엉망이었다. 인플레이션이 140%에 달하고 생필품은 동났다. 그러자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군부가 미국의 지원을 얻어 쿠데타를 일으켰다. 피노체트 장군은 산티아고의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투항을 권고했다. 아옌데가 택한 것은 망명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1973년 오늘, 경호원들과 함께 끝까지 저항하다가 AK소총으로 자살했다. 신념이 대단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피노체트는 피를 뿌리며 집권한 독재자들이 대개 그렇듯, 먹고사는 문제에 진력했다. '칠레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에 튼튼한 주춧돌을 놓았다. 정치냐, 경제냐 그것이 문제로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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