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택시 대부분 달아…교통사고 급감 현실화
지난달 15일 대구 달서구 성당동 주택가 도로에서 택시가 차선을 갑자기 변경하면서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냈다. 택시기사와 승용차 운전자는 서로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렸고 타협이 안돼 결국 경찰서로 갔다. 경찰은 택시에 부착된 차량주행 영상기록기기(일명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힌 화면을 통해 잘잘못을 가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에는 사고 당사자 간 주장이 강하게 맞서면 사고 조사에 한 달가량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차량용 블랙박스 덕분에 몇 시간 만에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대중화되면서 교통사고가 급감하고 안전운전 개선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돼 교통문화까지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블랙박스는 사고 전후 2, 3분가량의 상황을 기록·저장해 교통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대구시는 올 4월부터 6월까지 5억원을 들여 법인택시 6천468대와 개인택시 2천330대에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시는 택시에 불랙박스가 보급되면서 사고 발생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국택시공제조합 대구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공제보상비가 20억원이나 줄었다는 것.
조합 관계자는 "아직 단기적이긴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4주 이상 중상 사고가 30% 정도 줄었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수가 21명이었지만 올해는 9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내년에도 8천여 대의 택시에 차량용 블랙박스 설치비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시 택시운송사업조합 김인남 이사장은 "대구시와 반반씩 부담해 블랙박스를 설치했는데 벌써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영수지가 지난해 같은 기간 16억원 적자였던 데 반해 올해는 15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는 사고 당사자들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블랙박스 덕분에 사고 처리 기간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효과 덕분에 상당수 보험사가 차량용 블랙박스 설치 차량에 대해 3% 안팎의 보험료 할인에 나서고 있다.
교통사고 및 차량 내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에서도 차량용 블랙박스는 일등공신이다. 적외선 촬영 기능까지 갖추면서 야간 사고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고 차내 육성까지 녹음돼 차량 안 폭행사건 등에 증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블랙박스는 이동하는 CC-TV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택시가 뺑소니 차량을 찍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목격자 증언이 절대적이었던 사고 경위 파악을 차량용 블랙박스가 대신하면서 '사고 목격자를 찾는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판매된 차량용 블랙박스는 30만 대 이상. 대기업까지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20만원대의 고화소, 주차시 녹화 등 다기능 제품도 등장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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