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편찮으신 어르신들 위해 '동화 입체독서'

입력 2010-09-10 07:39:31

서부도서관의
서부도서관의 '노인병원 독서 나들이' 봉사자들이 대구의료원 서부노인병원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동화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옛날에 말로만 들었던 옹고집전을 직접 보니 재미있네. 병든 노인들은 종일 무료한데 이렇게 찾아와서 즐겁게 해주니 얼마나 좋아. 매일 오면 좋겠구먼, 다들 바빠서 그럴 수는 없제…." 이달 2일 오전 대구서부노인병원(서구 중리동 소재)에서 펼쳐진 동화 인형극 공연을 본 김순달(88) 할머니의 소감이다. 김 할머니는 벌써 다음주를 손꼽아 기다린다.

이 행사는 서부도서관(관장 남후섭)이 지난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노인병원 독서 나들이'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책과 함께 인형극, 부채와 소고춤, 체조, 책 읽어주기, 노래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마련한 독서 봉사 활동이다.

행사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서부노인병원에서 30분 동안 열린다. 이날은 하반기 첫 무대를 위해 독서 나들이팀 전원이 참여했다. 봉사자 8명은 행사 준비와 총연습을 위해 병원으로 일찌감치 모였다. 그들의 손길은 한순간에 병원 3층 로비를 인형극 무대로 바꾸었다. 관객은 휠체어를 탄 어르신 20여 명.

공연은 어르신들에게 친근한 옛날 동화와 익숙한 노래들로 꾸며졌다. 신영숙 봉사팀장의 건강박수에 이어 부채와 소고춤으로 흥을 한껏 돋우었다. 귀에 익은 동요와 트로트가 흘러나오자 어르신들은 이내 흥얼거리며 장단에 맞춰 박수를 쳤다.

드디어 옹고집전이 시작되고 사회자의 재치 있는 입담에 이어, 각자 역할을 맡은 봉사자들이 대사를 경상도 사투리로 바꿔 어르신들에게 재미와 친밀감을 더해 주었다.

30분의 공연이 끝나자 아쉬워하는 어르신들. "건강하게 잘 있다가 다음에 꼭 와요~이. 와줘서 감사합니데이." 라며 눈물을 훔치신다.

봉사자 김현주(40) 씨는 "동구에 살지만 서부도서관의 독서 봉사가 좋아서 참여하게 됐어요. 재료를 사서 소품을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까지 쉽지 않지만 보람은 큽니다.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배우고 있어요" 라고 했다. 신영숙(42) 팀장은 "모두가 바빠 시간 맞추기가 어렵지만 전체 연습 후, 각자 대본대로 집에서 연습해요. 팀원들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협동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앞으로 더 배우고 익혀 다양한 장소와 연령층에 추억과 희망을 심어주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그들은 오늘도 멋진 공연을 위해 고민과 연습을 거듭한다. 서부도서관 노인병원 독서 나들이 행사는 12월까지 계속된다.

글·사진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