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째 농협을 지키고 있는 '농협맨'
한 직장에서 40년이상 일하고 있다면 요즘같이 명퇴가 횡행하는 세상에서 '참 복받은 사람'이라는 덕담을 들을 만하다.
서인석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60)은 올해로 43년째 농협을 지키고 있는 '농협맨'이다.
농협에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 가운데 '최장수'라고 한다. 그는 "책임이 무겁다. 평생을 농협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외의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후회할 일도 없다"면서 "하는 것만큼 돌아온다. 더도 덜도 아니다"며 '농협 외길인생'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냈다.
그가 농협에 발을 디딘 것은 대구상고를 졸업하던 1968년 1월. 졸업식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가 농협에 들어오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본 '금융조합'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농협의 전신인 금융조합에 다닌다는 것은 대단한 출세가 아니었을까. 농협에 입사하고 난 뒤 시중은행들이 설립되면서 서 위원장도 스카웃의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남자가 한 직장에 들어가서 돈 몇푼에 이리저리 옮겨다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농협을 지켰다. "농협을 오랫동안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까지 올라와서 일할 수 있게 됐고 많은 혜택을 입지 않았겠느냐"
조합감사위원장은 전국 120여 곳의 지역단위농협에게 불편한 존재다. 조합감사위원장은 경영이 부실하거나 건전하지 못한 단위농협을 감사, 경영전반에 대해 진단을 하거나 잘못을 찾아내, 개선명령을 내리거나 보완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그는 감사현장을 수시로 찾아다닌다.
그는 "감사는 필수사항이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즐겁게' 감사를 받겠다는 마음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감사에 나서면 잘못된 사항을 적발하고 지적할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제3자의 눈으로 스르로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단지 문책하기위해 잘못을 찾아내기위해 (감사를)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이나 이상한 거래 등은 바로 전산망에 뜨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등 감사시스템이 모두 전산화됐기 때문에 상시감사가 가능하다. 서 위원장은 "더러 고가감정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에 따른 사고나 횡령사고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감정을 할 때도 농협이 지정한 3~4곳의 감정기관 중에서 임의로 1곳을 추첨, 배당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그는 과거의 적발위주 감사에서 사고예방 위주의 경영감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감사시스템의 변화도 설명했다. 사고가 터졌을 때 나서는 적법성 감사에서 벗어나 조합경영의 문제점을 파악, 경영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사업성이 없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도록 하는 등의 컨설팅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조합감사위원장으로서 그는 전국의 조합장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을 통한 건전농협 육성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마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농협관련법이 개정될 경우 현재 제각각인 각 단위조합장 선거일정을 통합,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조합장선거와 관련된 잡음이 대폭 줄어들면서 농민들의 성숙해진 정치의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위조합 통합문제 등 농협이 당면한 현안에 대해 그는 "적정규모로 통합할 필요는 있지만 협동조합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는 농업인과 괴리가 있는 듯 인식되고 있는 농협의 현실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농민들이 '농협이 조합원인 농민들과 이익을 나누지 않고 영리만 추구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농민들이 농협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농협의 잘못이 크다"고 전제하고 "60~70년대 농촌에 횡행하던 고리대금사채를 없애고 생필품을 공급해준 것이 다 농협아니냐. 이런 점들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의 미래에 대해서 그는 우리 농헙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농협도 미래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이 자체유통망을 갖추게 되면서 자체 소비량도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서 점차 수출물량을 줄이고 있는데 우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환경농산물을 역수출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의 미래가 곧 농협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농협은 물류사업에 이어 택배사업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이 참여할 택배사업은 농산물 택배나 비료택배 등 농협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부문이라는 점을 그는 시사했다.
그가 본부에서 일하게 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 1997년 초급책임자로 첫 상경한 데 이어 2004년 채권관리실장으로 왔고 경북지역본부장으로 일하다가 2007년 중앙회 상무로 승진했고 2008년 조합감사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천이 고향인 그는 농협에 근무하면서 경북산업대와 경북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할 정도로 학구파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