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를 우리 정서에 맞게 창작해 낸 '볼 만한 작품'
이번 주부터 4대 뮤지컬을 제외하고 필자가 본 뮤지컬 가운데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10편의 뮤지컬을 소개한다. 창작 5편, 라이선스 5편으로 나누어 소개할 예정인데, 공연예술은 보는 사람의 주관이나 취향에 따라 그 깊이와 감동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내 맘대로 베스트'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국민 뮤지컬이 된 를 이야기할 때 제작자이자 연출가인 윤호진 대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연극에 빠져 실험극장 멤버로 활동하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뉴욕에서 뮤지컬의 시장성에 대해 눈을 뜬다. 언젠가 자신이 만든 뮤지컬을 가지고 브로드웨이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귀국한 그는 뮤지컬 전문회사 에이콤을 만들고 4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를 탄생시켰다.
당시 매일신문 기자였던 이문열 작가에게 희곡을 의뢰하였으나 장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선뜻 응하지 않자 대구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술로 고문과 협박(?)을 한 끝에 승낙을 얻어 1994년,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 작전 암호명을 딴 원작 '여우사냥'을 발표하게 된다. '여우사냥'은 각색과정을 거쳐 연출 의도에 따라 대사가 거의 없이 61곡의 노래로 짜여진 뮤지컬 로 재탄생했다. 제작비 문제 등 우여곡절을 겪다 1995년 12월,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은 해에 예술의 전당에서 드디어 첫 막을 올리게 된다.
막이 올라가기 전까지 대부분의 공연 관계자들은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미약했던 시기에 12억원이라는 초유의 제작비를 투자한 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결과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원래 예정됐던 날짜보다 4일간 연장공연을 하고, 지방공연도 매진을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역사를 우리 정서에 맞게 창작해 낸 '볼 만한 작품'이란 입소문을 타면서 당시 뮤지컬의 주 고객이었던 젊은층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공연장을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장중한 무대와 화려한 궁중의상, 회전무대를 십분 활용한 무대전환은 여타 작품과 구별되는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부활한 명성황후가 원혼들과 함께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부르는 장면은 민족적 감성을 건드려 수십 번을 봐도 심장이 요동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명장면이다.
◆대한민국 대표 문화상품이 되다
의 명성은 국내에서 그치지 않았다. 윤 대표가 미국 유학 때 결심한 대로 1997년 아시아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게 된다. '어떤 국적의 관객이건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는 뉴욕 타임스의 호평을 받으며 공연은 성황리에 마쳤지만 남은 건 빚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대표 문화상품으로 인정받으며 이후 영국 웨스트앤드, 캐나다, 호주 등 해외공연을 활발히 펼쳤다. 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그랬지만 지속적인 해외공연도 윤호진 대표 특유의 뚝심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해외공연의 성과는 국내에서 '꼭 한 번은 봐야할 뮤지컬'로 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했고 지속적인 수정, 보완 작업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업그레이드시키면서 2007년 국내 대형 창작뮤지컬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2009년에는 1천 회 공연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윤호진 대표에게는 와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아직 남아 있다. 명성황후 시해라는 비극적 역사의 가해 당사국인 일본에서 정식 공연을 성사시키는 것과 50주년, 100주년까지 공연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그것이다.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우리나라 대형 창작뮤지컬의 자존심 의 성공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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