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배 오른 물가 마진 낮춰 팔아도…비싸다고 돌아서죠"
한가위가 코앞이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잦은 비와 무더운 날씨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못한 탓에 채소와 과일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면서 서민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덩달아 전통시장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8일 오후 1시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 시장 주변 노점상 상당수는 손님끌기를 포기한 채 낮잠을 청하거나 한 곳에 모여 화투를 치고 있었다.
시장 안은 드문드문 물건을 사는 사람들만 보일 뿐 한적했다.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든 음식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가게 주인들은 배추와 미나리 등 채소를 다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배추 뿌리를 자르던 한 상인은 "비싸게 주고 가져온 배추인데 싱싱한 게 별로 없다"며 "질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값만 올랐으니 사람들이 안 산다"고 했다.
과일가게 앞에선 한 주부가 사과와 배 가격을 물어보더니 "너무 비싸네, 다음에 올게요"라며 자리를 떴다. 주인은 가격만 물어보는 손님이 한둘이 아니라는 듯 무표정하게 물건을 정리했다.
이날 칠성시장으로 장을 보러 온 이성애(53·여) 씨는 "한 달 전보다 채소 값이 모두 2배로 올라 오이 하나를 사는 데도 1천원을 내야 했다"며 "이번 추석 때는 발품을 아무리 팔아도 물건을 싸게 사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태호(62) 씨는 "귤 5개를 7천원이나 주고 샀다"며 "조상님께 올릴 음식인데 비싸다고 안 살 수도 없고 다 사자니 가격이 만만찮아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중구 서문시장. 주차장 앞에 즐비한 건어물 가게와 생선가게에서는 상인들과 고객들이 가격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깎으려는 손님들에게 상인들은 연방 "더 빼주면 진짜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복잡한 시장 모습과 달리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조그마한 봉지 한두 개만 들었을 뿐 큰 물건을 구입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주부 김임순(57) 씨는 "평소 같으면 물건 값이 비쌀 땐 아예 안 사면 되는데 추석이 코앞이라 정말 필요한 것들만 사고 있다"며 "풍성한 한가위는 옛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도매가격이 2배로 뛰면서 팔기도 힘들어지고,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며 울상이었다. 상인 손덕철(56) 씨는 "작년 9월에는 고구마 한 상자를 손님에게 7천원에 내줬는데 지금은 도매시장에서부터 1만4천원이나 주고 사와서 판다"며 "도매가격이 2배 이상 올랐지만 안 팔릴까봐 전보다 마진을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칠성시장에서 10년째 채소를 팔고 있는 이옥랑(35·여) 씨는 "올 한가위는 그 어느 때보다 장사가 안 된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데 이 말대로라면 우린 곧 망할 것"이라고 침울해했다.
칠성시장상인회 안재호 이사는 "지난해 이맘때 1㎏에 3천500원을 주고 가져오던 중국산 도라지 가격이 올해는 딱 2배로 뛰었다"며 "도매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부 소상인들은 '물건을 들여놨다가 재고로 남을까 겁나서 장사를 못하겠다'며 한탄한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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