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이 문자로만 만들어도 효과가 더 큰 광고가 있다. 바로 문자'타이포 광고다. LG전자는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뒤, 주요 일간지에 그림 없이 문자로만 광고를 내보냈다. '디자인만큼은 외국 제품에 비해 좀 떨어진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제 그런 생각에 빨간 마침표(레드닷'red dot)를 찍습니다.'
문자(文字)가 돌아왔다. 화려한 영상과 그림에 밀렸던 문자가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광고를 만드는 이들의 느림의 미학과 차별화된 미적 감각이 첨단시대의 흐름을 잠시 바꿔놓은 것이다. 모든 매체가 영상과 그림으로 도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자가 오히려 광고 효과를 높인다는 점을 꿰뚫어본 혁신적 아이디어다.
SK텔레콤은 문자로 만든 인쇄물 티저 광고를 내보냈다. '새로운 것도 더 새로워질 수 있다. 꿈꾸는 자의 특권 T.' 브랜드 로고와 작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제외하고는 광고 전체가 문자다. 통상적인 띄어쓰기와 줄 바꿈 문법을 파괴한 것도 특징이다.
'더/좋 은 것 도 좋 아/질 수 있 다 아 름 다/운 것 도 더 아 름 다/워 질 수 있 다….'전통적인 문법을 탈피한 것이 독자에게 더 읽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제일기획이 만든 삼성화재 광고는 우산에 '글자 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비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암이나 뇌졸중, 일반상해 등 보험의 보장 내용을 나타낸 글자들이다.
4년전 대한투자신탁증권의 문자 광고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불어 광고주인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광고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프런티어로서 지난 33년 동안 자본시장의 버팀목이 돼온 초대형 투자기관이다.
그동안 '대투니까 안심' '종합자산관리서비스, 클래스원' '대세에 투자하라, 갤롭코리아' 등의 광고를 잇따라 선보였으며, 최근 대투증권만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고객의 수익률로 직원을 평가하는 증권회사-대한투자신탁증권'편을 내보냈다. 이번 광고는 고객과 직원 간의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고객님 덕분에 저도 이만큼 컸습니다'라는 멘트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문자광고처럼 타이포 광고도 큰 인기를 누렸다. '엑스캔버스하다'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던 LG전자의 TV 브랜드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여러 화면 중에 음성 없이 타이포그래피(Typo graphy)로 엑스캔버스 광고를 보여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이 타이포그래피 형태로 보는 이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킨 것이다.
2006년에 신화의 멤버였던 에릭(본명 문정혁)이 '문정혁이 도도한 그녀들에게 충고한다'며 '차버려'라는 도발적인 카피를 들고 나타난 신형 자동차 아반떼 광고도 문자광고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 글을 읽은 시청자들은 과연 문정혁이 무슨 말을 할 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답은 간단했다. 기존의 차를 버리고 아반떼를 구입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
문자나 타이포 광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최근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3%는 "문자 광고가 기존의 그림 광고보다 의미 전달력이 더 높다"고 답했다. 집중도에서는 78%, 광고의 이해도에서는 67%가 문자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광고대행사 웰콤의 정의선 팀장은 "문자로 전달하는 광고는 쉽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오래 각인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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