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의 야구토크] 이승엽, 명예회복은 일본에서

입력 2010-09-08 09:40:26

국내 야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줬던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트)의 거취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데다 요미우리와의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6월 2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2달 넘게 2군 생활을 한 그는 이달 3일 1군에 올라왔지만 3일 만인 6일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요미우리와의 재계약은 어려워 보인다.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치열한 순위다툼 속에 그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으나 이를 살리지 못했다. 복귀 무대의 세 경기에서 5타수 1안타의 초라한 기록을 남기고 짐을 쌌다. 주니치와의 3연전을 앞두고 '해결사'의 특명을 받았지만 기대처럼 장타를 가동하지 못했고, 팀이 3연패를 당하면서 다시 2군으로 쫓겨난 것이다.

국내 팬들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비난하지만 이것이 프로다. 메이저리그에서 떠돌이 신세가 된 박찬호에게서 이미 봤듯 진정한 프로는 워밍업 없이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제 이승엽은 요미우리 이외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에겐 세 가지의 길이 놓여있다. 일단 일본 내 새로운 둥지 틀기, 메이저리그 진출, 그리고 국내 복귀다. 전성기 때 일본을 선택한 그가 지금의 부진한 성적으로 메이저리그를 노크하기는 쉽잖아 보인다.

자존심이 강한 그는 아마도 일본 내에서 명예회복을 노릴 것 같다. 야쿠르트, 요코하마 등 타 구단 이적설이 나오는 것 보면 일본에서 그는 아직 효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몸값이다. 연봉 6억 엔을 받는 선수에게 제시되고 있는 금액은 고작 5천만 엔 수준이다. 몸값으로 실력을 말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확 줄어든 연봉은 또 한 번 자존심에 금이 갈 일이다. 현역 시절 그와 선수생활을 함께한 필자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에게 연봉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명예회복이 목적이라면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하고 다른 팀 이적은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우승에 급급한 요미우리보다는 꾸준하게 출전기회를 주며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이면 된다.

이승엽 덕분에 행복했던 야구팬들은 이참에 국내로 복귀하는 게 어떠냐고 말한다. 일본 프로야구계에서 활동한 전문가들도 이승엽이 일본에서 굴욕적인 조건으로 뛸 것이 아니라 국내에 복귀해 한국 야구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내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돌아온다는 것은 일본에서 실패를 의미하고 일본야구의 높은 벽을 팬들에게 안겨주는 의미밖에는 되지 않는다.

국내 복귀 시 그를 받아줄 만한 팀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세대교체 중인 친정 팀 삼성은 아시아 홈런왕의 복귀가 반갑지 않다고 이미 선언했다. 다른 팀이 그를 선택할 경우 28억3천500만 원(2003년 연봉 6억3천만 원의 450%)을 삼성에 지급해야하는데다 그의 연봉까지 엄청난 금액을 감수해야한다. 국내 프로팀의 여건상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선택은 이승엽의 몫이다. 어떤 길이든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그가 새 둥지를 찾아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이동수 야구방송 해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