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여교사 소화기 위협 "분하지만 고발할 수도 없고…"
50대 중학교 여교사 A씨는 1년 전의 일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몸서리쳐진다. 수업 중 이유없이 복도를 활보하는 한 남학생을 달래다 말을 듣지 않자 '교무실로 가자'며 꾸짖었다.
그러나 학생은 A교사의 팔을 붙잡은 채 버텼다. 실랑이가 쉬는 시간까지 이어지자 해당 학생은 욕설과 함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겠다"며 협박하더니, 급기야 복도에 놓인 소화기를 들고 내리칠 시늉까지 했다.
A교사는 "나도 '치기만 쳐라. 가만있지 않겠다'고 고함을 쳤다"며 "정말 고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고 가슴아파했다.
폭행을 휘두른 학부모에 대한 시지고 교사들의 집단 고소·고발 파문(본지 6일자 1면 보도)을 계기로 교권 실추에 대한 교육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단체총연합회의 '2009년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표 참조)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경기도와 서울 다음으로 교권 침해 피해가 많았다. 피해 사례 중에는 교사에 대한 고소·고발·협박 등의 행위가 가장 많았다.
대구교총 관계자는 "올해 1~7월 접수된 5건 중 교권피해가 심각한 사례 3건에 대해서는 교총 단독으로 고발 직전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교사 B씨는 동급생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왕따'를 주도하는 등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중학생을 꾸짖었다가 봉변을 당했다. 학교로 찾아온 학부모와 조부모가 고위 공무원 경력을 내세우며 B교사의 멱살을 붙잡고 "젊은 XX가…"라며 폭언을 퍼부은 것. B교사는 "학생 비행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해도 학부모 등이 정학이나 강제 전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속상해했다.
교사 C씨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교내 화장실 출입문을 부순 중학생들을 벌주기 위해 학부모에게 전화를 했지만 "변상하면 될 것 아니냐. 왜 내 아이만 갖고 그러느냐. 교장을 지낸 할아버지와 상의하겠다"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C교사는 "학교 전화기에 발신자 표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공중전화만 이용해 폭언을 일삼거나, 집단을 결성해 인신공격을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며 "오죽 응어리가 맺혔으면 교사가 법적으로 해결하려 하겠느냐"고 개탄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양승희 대구지부장은 "교권 침해는 폭력·폭언을 휘두른 학부모, 학생 등 개인의 문제이기에 앞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숙한 교육계의 풍토 탓이 크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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